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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극단주의와 위선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7 조회수712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6주간 화요일 - 극단주의와 위선

 

먼저 슬픈 마음으로 가톨릭 신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하는데 우연찮게 보수주의 성향을 띤 신부님과 조금은 교회에 좌파성향을 띠는 신부님과 함께 앉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두 분 모두 외국 신부님입니다.

보수주의 성향을 띤 신부님은 교황님이나 주교님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시던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에 따르고 받아들여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럼 그분들이 잘못하는 것이 있는데도 그것을 다 옳다고 여겨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답이 ‘그렇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교회역사에 나오는 교황님들과 성직자들이 잘못한 것들의 예를 몇 개 들었지만 ‘설사 그런 잘못들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다 주님의 뜻이 있어서 한 일’이라며 성직을 부여받은 사람은 마치 그것으로 성인이 된 것처럼 말했습니다. 교황님이나 주교님이 사석에서 한 이야기까지도 무조건 진리라고 믿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너무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면 왠지 부담스럽습니다.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그 신부를 보며 ‘자기가 주교가 되면 그런 대접을 원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품을 받는 것은 그것으로 그 사람이 마치 빵이 성체가 되듯이 거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죄인은 여전히 죄인으로 남습니다. 다만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선임되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처럼 좌파 신부님은 우파 신부님에게 거부감을 표현했습니다. 자신은 교회의 권위적인 모습 때문에 시켜줘도 주교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추기경제도도 예로 들면서 예수님께서 만드시지도 않을 것을 교회에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직접 추기경을 선임하지는 않으셨지만 사도들 중에서도 특별히 셋만을 데리고 다니셨던 것처럼 주교 중에서도 특별히 추기경을 세우는 것이 큰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면 교회가 세운 것은 곧 그리스도께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좌파 신부님 역시 교회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시는 듯 했습니다. 혹 ‘이 분도 속으로는 주교님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비판한다면 ‘나라면 잘 할 텐데.’라는 맘도 들어있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가난을 자랑하는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라는 말처럼 스스로 가난함을 자랑하면서 은근히 부자를 비판하지만 결국은 본인도 부자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편적인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고 중간에서 양쪽을 모두 안 좋게 보고 있는 제가 옳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극단’적으로 가면 그 안엔 ‘위선’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두 극단이 나오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 누룩의 의미는 다른 복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들의 위선을 조심해야 한다.” (루카 12,1)

즉, 예수님은 그들 안에 감추어진 위선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리사이들은 유태인의 율법을 철저히 지킨다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로마에 잘 보여 자신의 부와 영리를 챙기는 사람들이었고, 헤로데 당원들은 유태인들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 로마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극단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위선적으로 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김수환 추기경님은 평생 어느 쪽으로도 휘지 않으시고 한 손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성경을, 또 한 손에는 세상을 상징하는 신문을 들고 사셨던 분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진리이기 때문에 진리대로 사는 사람은 위선적일 수가 없고 어떤 ‘파, 부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한 평생 진리의 빛 안에서 어디에도 휘지 않으셨던 추기경님의 모습을 다시 되새기며 진리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시 다짐해봅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명동성당 100주년 미사)]

"교회는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 안에 세상을 위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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