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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소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6 조회수673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소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어머님께서는 바느질 하시다가도 내 곁으로 다가오셔서 " 결혼 생활이라는 게 아무 재미도 없고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곤 하셨다.


   겉으론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를 격려해주셨지만 속마음은 아무래도 아들 바치는 게 아깝고 인간적으로는 내가 몹시 안쓰러우셨던가보다.

  

   신학교에 들어가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북어찜을 차려주시고 맛있게 먹는걸 보고 싶어 하시는 어머님 앞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켁켁 거리다 밥상을 그만 물리고 헤어짐의 아픔을 삭이느라 아무 말 없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던 일.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어머님께서도 신학교에서 내가 덮고 잘 이부자리를 손수 지어주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셨고 입학 후 텅 비어있는 내방을 자주 열어 보시면서도 그러셨단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난생 처음 집을 떠나 있게 된 나는, 첫날밤은 물론 , 가끔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리고 늘 나만을 생각하고 계실 병약한 어머님 생각에 이불속에서 소리 안 나게 훌쩍거리다 잠들곤 한때도 있었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가? ^^*)


   주님의 제자가 되기에 앞으로도 수없이 겪어야할 십자가의 하나라고 여기며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 용기를 내기도했지만… 철학도 배우고 나름대로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다시없이 즐겁기도 했지만 때론 집이 그립기도 했다.


   첫 방학이 되어 집에 갔을 땐 어찌나 반갑고 좋았던지… 소위 세속을 끊고 스스로 신학교에 갔다는 녀석이… 지금 생각해봐도 하느님께 미안할 정도였다.


   그때 어머님은 내가 신학교에 들어간 후 내 몫으로 묵주기도와 다른 희생을 매일 바치고 있으며 당신이 살아가는 한 계속 될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신학교 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그때 그 말씀이 내겐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마 그 기도는 아직까지도 하늘나라에서 계속 이어지겠지…


   그런데 신학교 입학 후 1년 만에 그만 어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어머님의 임종을 보면서 넘어지기만 해도 예수마리아 요셉을 찾으실 정도로 신심 깊은 분이긴 하셨지만 평소에 연탄불을 가시다가도 "아이쿠 뜨거운 연옥 불" 하시며 연옥 고통을 그렇게도 두려워하시던 생각이 나서,


   나는 "예수님, 당신 때문에 마음 아파하셨던 성모님을 바로 하느님 나라에 불러 올리셨던 것처럼 나도 꼭 신부가 될 테니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셨던 우리어머님 제발 연옥 거치지 않고 바로 천당 가시게 해 주세요" 라고 몸부림치며 거의 떼를 쓰다시피 했다.


   어찌나 애절히 간청했던지 방에서 나왔을 땐 하늘과 세상이 아주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 후 나는 3년 동안 매일 연도를 열심히 바쳐드려서 그 긴 기도문을 거의 안보고도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한번은 동창 어머님 회갑연에 참석했다가 나도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저렇게 잘해 드렸을 텐데 하며 몹시 부러워 눈물이 자꾸 흘러내려서 헛기침을 해대며 "에잇 그놈의 감기 때문에 콧물, 눈물 별것 다 나오네" 하며 슬며시 빠져 나왔던 적도 있었다.


   명동성당 사제서품식 때 날씨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그리고 그때  불려지는 성인호칭기도문 노래는 왜 또 그렇게 애절하게 느껴지는지 참참… 제단에 엎드린 나는, 지난날들이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갔다.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다. 땅의 기도가 하늘에 닿는 순간이기에 울려 퍼지는 성인호칭기도문 노래에 정신 차려 정성되이 한 분, 한분 성인의 이름을 따라 부르며 그분들의 도우심을 청하자고 단단히 마음먹고 그렇게 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눈물이 뒤범벅이 된 가운데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께서 환히 웃으시면서 "저애가 바로 제 아들입니다" 라고 하느님께 자랑하면서 무릎을 꿇고 함께 기도해주시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나도 "하느님, 어머님 임종 때 드린 약속대로 제가 당신의 사제가 되렵니다. 끝까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희 어머님도 부탁드려요" 라고 했다.


   그런데 아니, 어찌 나같이 이렇게 잘난 사람이^^*

 

    그동안 사제로 살아가며 이런 저런 힘든 때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어머님께서 하느님께 자랑한 아들이 아닌가! 만일 내가 한눈을 팔았다간 우리 어머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대로 다시 연옥으로 내려가시게 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런 생각이 나를 사제로서 다시 곧 추잡아 주곤 하였다. 물론 어머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기도와 하느님의 절대적 도우심의 결과지만… 생각해보면 첫 미사를 드린 이후 미사중 성체를 이루고 나서 예수님께 어머님의 안식을 빌어 드리지 않은 때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부모님들이시여, 힘내시고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새로운 독특한 신학입니다만(?)^^* 연옥 거치지 않고 바로 천당 가고 싶은 분들은 자녀를 사제나 수도자가 되게 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아참, 그리고 성소 후원회에 많이들 가입해주세요.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이 열심히 기도해드린답니다.

 

    모두 즐거운 한 주간 되세요!


♥  광장동 성당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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