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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서하시면서 인내하시는 분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6 조회수607 추천수7 반대(0) 신고

 

용서하시면서 인내하시는 분 - 윤경재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마르 8,11-13)


 바리사이들은 스스로 성경에 정통하다고 자부했습니다. 실제로 모세오경을 줄줄 외우며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성경 구절을 잊지 않으려 이마부터 옷 곳곳에 작은 성구갑을 부착하여 성경구절을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습니다. 그런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논쟁을 걸었습니다. 자기들이 세운 기준에 맞는지 알아보려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성경의 근거는 신명기 18장 21-22절의 내용입니다.


“너희가 마음속으로, ‘주님께서 하지 않으신 말씀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언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말하였는데도 그 말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예언자가 제멋대로 말한 것이므로, 너희는 그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신명기 12장에서 26장까지 내용은 모세가 훈계하며 내놓은 법령 조문입니다. 그중 18장 15-22절은 모세가 하느님께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라 약속하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그 예언자’라 하면 의례히 신명기를 떠올리며 모세와 같이 종살이에서 구원할 지도자로 생각하였습니다. 또 그 예언자를 알아보는 방법을 21-22절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자칭 예언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올 터인데 그 판단 기준은 예언자의 말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알아보라는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여태껏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들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병자를 고치시고, 악령 든 사람을 구마하시고, 빵을 많게 하시고, 호수를 건너시는 기적들은 모두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희년을 선포하심으로써 기득권을 누리며 잘 살던 자신들에게는 손해 볼 거리만 생겼습니다. 빚진 사람들을 탕감하고, 종으로 만든 노예문서도 불태우고, 빼앗은 땅도 돌려주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예수라는 사람이 무엇인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하는데 하는 일이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여인네들이나 죄인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은 더욱 못마땅하였습니다. 그들은 미리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예수가 말하는 내용을 들으면 새로운 사건이 벌어질 것도 같았습니다. 기대를 잔뜩 걸었지만 도무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증거를 보여주면 힘을 합쳐 동조하려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주적 재난이나 종말 같은 어마어마한 표징을 일으켜 이스라엘 민족들이 이방 민족을 쳐부수는 광경을 기대했으나 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다못해 직접 묻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당신이 그 예언자인가? 맞는다면 언제쯤 표징을 보여주겠는가?” 한마디로 끝장을 보자는 말이었습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말이며 아예 한꺼번에 망하면 덜 억울하겠다는 심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정말 기가 막히셨습니다. 성경구절을 그렇게나 잘 안다면서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는 쏙 빼고 자기들 편리한 대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자기들 손아귀에 있는데 예수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시비를 건 형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용서하시고 인내로 침묵하셨습니다. 인내하시는 아빠 하느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셨습니다. 지금도 휴거라 부르며 세상 종말을 학수고대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자기들만 구원받는다고 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바로 바리사이의 주장입니다. 전 인류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원하시고자 하는 주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행동입니다.


 전 인류가 아빠 하느님께 회개하고 돌아오는 날이 종말입니다. 그런 날이 언제 올까하고 의문이 생길 법도 하지만, 그날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지금 나 한 사람이 죄를 짓는다면 종말의 그날이 그만큼 미뤄진다는 것을 깨닫고 살면 됩니다. 모두가 주님 앞에 회개하여 모여들 날은 오고야 맙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피의 공로가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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