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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증거를 대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5 조회수558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6주간 월요일 - 증거를 대라

 

이태리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세계의 기적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적이 일어난 각 지역에 가서 그 사건들을 면밀히 검사하여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로마에서 가까운 나폴리였습니다.

나폴리의 가장 유명한 기적은 뭐니 뭐니 해도 성 제나로의 피의 기적입니다. 성 제나로는 초대 교회 베네벤또 지방의 주교였는데 AD 305년경 박해로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참수형 당했던 돌에서 피가 흘러나온 것을 하녀가 받아두었다고 합니다.

중세를 지나면서 유리병 속에 응고되어있는 피는 기이하게 일 년에 한두 번 다시 액체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사람의 피가 한 번 응고되면 다시 액체로 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인의 축일이 되면 나폴리의 대주교님이 사람들 앞에서 그 병을 흔들어 보이고 그 병에 응고되어있는 피가 점점 액체로 되어 흔들리는 것을 사람들이 볼 수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한 과학자가 이 현상을 재연하였습니다. 무엇을 섞었는지는 모르나 화학적으로 피를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 굳어졌다가 다시 흔드니 액체로 변하였습니다. 마치 케첩이 응고되었다가도 흔들면 다시 액체가 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충분히 현대 과학으로 그런 기적은 하나의 속임수일수도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지 제가 만나본 이태리 시골 사람들도 나주의 기적을 많이들 알고 있었습니다. 나주가 교회로부터 거짓이라고 단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텔레비전으로 교황님 앞에서 율리아 혀 위에 있던 성체가 피로 변하였다가 다시 성체로 변하는 장면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에 PD수첩에 방영된 것을 보면 나주 율리아가 기적을 조작하고 심지어는 그녀의 소변을 나누어 마시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또 그렇게 성체가 피가 되게 하는 것은 입속에 상처를 내어서 그렇게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도 그 기적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적이 있다고 하여 몰려가는 사람들 중 누구는 나폴리로 누구는 나주로 향합니다. 결국 나폴리로 간 사람들은 아직까지 교회에서 인정하는 기적을 보는 사람들이고 나주로 향했던 사람들은 그것이 매우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나폴리처럼 교회에서 인정하는 기적을 찾아간 사람들이 나주를 찾아간 사람들보다 더 잘 했다는 말일까요? 저는 그들도 한국에 있었다면 나주로 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어디나 기적을 찾아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텔레비전을 보고는 그 기적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을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럼 결국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

 

얼마 전에 오상의 비오신부님의 시신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분의 손과 발에는 오상의 자국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시기 10일 전부터 오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분이 계속 스스로 자해를 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고 그 분을 치료했던 의사도 그것이 기적이 아니었음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분은 이미 교회에서 성인으로 인정된 분입니다. 결국 어떤 기적들도 우리를 확신시키기엔 부족함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 아무리 큰 기적이 일어나도 현대 과학으로 다 재현 가능할 것이고 믿지 않을 사람들은 안 믿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믿을만한 확실한 기적이 있다면 그들도 신앙을 갖겠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 기적을 청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에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은 교회에서 인정하는 표징을 따르라고 하시지 않고 ‘표징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나무라십니다.’

이는 마치 한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이 친 자식인지 그 ‘증거를 대보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DNA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면 부모는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자녀는 부모가 평상시에 자신에게 하는 사랑을 보며 그 분이 자신의 부모라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증명서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증명서도 꾸며낸 것이 아니냐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으로 당신이 메시아이심이 확실한데도 끊임없이 기적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하느님께 무례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성경 안에서도 우리 일상사 안에서도 혹은 조금만 생각하면 하느님이 계심을 또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믿기 싫기 때문에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표징이 있어도 다른 핑계를 댈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경우에서 보듯이 교회에서 인정하는 것이든, 인정하지 않는 것이든, 결국 의심만 남기게 됩니다. 그러나 믿고자만 한다면 그 표징들이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우리들도 특이한 현상이나 기적을 찾아다니면서 하느님을 시험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믿음의 증거들은 우리 안에 우리 주위에 널려있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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