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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5 조회수775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2월 15일 연중 제6주일 나해
 
 
 
The leprosy left him immediately, and he was made clean.
(Mk.1.42)
 
제1독서 레위 13,1-2.44-46
제2독서 1코린 10,31─11,1
복음 마르코 1,40-45
 
 
작년에 친구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를 사기 위해 용산에 있는 한 전자쇼핑몰에 갔습니다. 친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현재 팔리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의 종류와 가격에 대해 이미 통달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의 수첩에는 가격대, 제품 성능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사전준비를 본 저는 10분이면 쇼핑이 끝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이라는 저의 판단과는 달리 친구는 30여 개의 점포를 들러보며 끊임없이 제품들을 비교하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1시간 30분 동안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 끝에 결국 친구는 한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구입한 제품이 얼핏 보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고 또 사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별건 없어. 플레이어를 파는 형제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샀어. 계속 웃잖아.”

저는 기능이나 가격 등이 선택 기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기대를 벗어난 사뭇 의외의 대답이었지요. 30여 개의 점포를 다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지만 종업원이 자신을 정말 반갑게 맞아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그곳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이성적으로 물건을 고르는 것 같았지만, 결국 자신을 반겨주며 기분 좋게 해주는 점포에서 제품을 샀던 것이었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다가와 도움을 청하는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나병 환자의 아픔을 떠올려 봅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나병이 걸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지요. 심지어 고향과 가족에게서 쫓겨나게 됩니다. 지금도 혼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당시 모든 사람들로부터 내쳐졌을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그런 아픔 속에서 나병 환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 앞에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 간절한 마음, 당신께 대한 간절한 믿음을 보시고, 그를 치유해주십니다. 결코 그가 부유해서, 능력이 많아서, 또 앞으로 하느님 일을 하는데 큰일을 할 것 같다는 조건을 달고서 치유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물건을 구입하는 기준이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종업원의 친절함 때문이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도 부와 명예 그리고 능력 등의 세속적인 기준을 보시고 우리들을 선택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들이 노력해야 할 것은 분명해집니다. 더 많은 부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주님께 대한 믿음을 간직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노력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 안에서 비로소 깨끗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걸로는 부족하다. 응용해야 한다. 마음만으론 부족하다. 실천해야 한다.(괴테)




 

작은 기쁨(김숙희, ‘좋은생각’ 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를 갈아타면서 남편의 심부름에 바쁘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 읽는 사람, 잠자는 사람, 장사꾼 아저씨, 여학생들의 재잘거림 ….

그날은 따뜻한 봄날이었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중1쯤 되었을까? 저만치서 좀 작아 보이는 소년이 걸어왔다. 단정한 교복차림이었지만 부자유스러운 손놀림과 걸음걸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할말이 있는 듯했는데 소년을 말도 잘 못하는지 자꾸 교복 윗도리 주머니에 손을 넣는 시늉만 해댔다. 하지만 아무도 소년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두 걸음씩 피하기만 했다.

나는 소년이 버스요금을 구걸하는 줄 알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에서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소년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년이 힘들게 손짓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여 보았다.

"아! 이거였구나."

버스승차권이 손에 잡혔다. 이것을 꺼내기 위해 사람들에게 그렇게 눈짓, 손짓을 한 거로구나. 아침에 소년의 어머니가 주머니에 승차권을 넣어 주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신신당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년의 손에 승차권을 쥐어 주자 소년은 말 대신 고맙다는 표정으로 여러 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일로 그날 하루 종일 가슴이 뿌듯했다. 소년의 마음을 눈치챈 것이 마냥 기뻤다. 만약 소년에게 돈을 주었다면 이만큼 기뻤을까? 장애인이 가까이 오면 구걸이나 동정을 바라는 것이라고 여겨 왔는데, 진정한 도움이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피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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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second - 좋은 아침
Michael Franks - Vivaldi'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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