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5 조회수521 추천수4 반대(0) 신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장례식을 거행한 후 매장하려고 할 때 한 기자가 묘지의 가장자리에 서 있던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기자는 노인에게 “당신에게 이 사람은 어떤 존재였습니까? 왜 그가 당신에게 특별합니까?”하고 물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간단히 답했다.
그는 믿음이 깊었기 때문에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믿지 않을 때에도 그는 우리를 믿었습니다. 하잘것없는 우리들이었지만
그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 주었습니다. 킹목사가 훌륭하게 살았다는 증언을 한 셈이었다.
만약 당신의 장례식에서 어떤 사람이 그렇게 묻는다면 당신이 훌륭한 삶을 살지 못했을 때도 가끔 있었지만 같은 대답을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늙은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한 증언에서 믿음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있다.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믿음이 깊다는 뜻이다. 아마 더 이상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믿음은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시다는 좋은 느낌이나 든든한 느낌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사는 것이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때로는 어떤 감정이든 관계없이 산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결국 믿음은 머리나 가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행동을 말한다. 믿음은 곧 충성심(fidelity)이다.
 
아마 오늘날 우리들의 가족, 교회, 세계에 가장 필요한 선물이 믿음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은 어려울 때 떠나지 않고,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고도 떠나지 않고, 원하지 않거나 가치 없다고 생각될 때에도 함께 있어주고, 성격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아도 온갖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머무르는 충성심을 굳게 약속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약속을 조건부로 하고 있는 수가 많다. 우리는 가족이나 교회나 공동체나 친구 사이에 암묵적으로 약속을 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몹시 실망시키지 않거나 심한 상처를 주지 않을 때에만 함께 있어 주고 나를 실망시키거나 상처를 주면 떠나겠다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살 수는 없으므로
이런 전제하에는 가족이나 친구나 교회나 공동체가 존속할 수가 없다.
부부간이든 가족사이든 친구 사이든 교회의 공동체 안이든 직장의 동료 사이든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든지, 관계를 망치게 하지 않겠다든지, 무심하거나 이기적이거나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항상 바르게 행동하겠다는 약속은 불가능한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항상 함께 있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적일 것이다.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아도 함께 있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적일 것이다.
실망과 상처를 참아 내고 믿음과 사랑으로 오래 동안 함께 있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현실적인 약속일 것이다. 관계 안에 충성심이 있을 때에만 상처와 오해가 깨끗하게 씼어지게 되며 괴로움도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기념일이나 첫 영세식이나 사제서품일이나 친구가 된 날이나 새로 일을 하기 시작한 날을 기념할 때 동고동락을 한 긴 세월을 뒤돌아 보아도 결코 상처나 거부감이나 오해나 쓰라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좋지 못한 감정들은 충성심 즉 신뢰와 존경 때문에 자란 더 깊은 믿음 때문에 깨끗히 씼겨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서로 약속을 한 사이라도 서로 존경심이 없으면 두 사람이 성격이나 정치, 종교, 역사 차이 때문에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사귀었다는 사실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이해하고 존경해왔다는 증거이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영성작가들은 모두 기도에는 한 원칙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방법론이나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받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이다.
“기도를 포기하지 말아라! 어떤 일이 있어도 기도를 중단하지 말아라!
기도에 전념하고 있으면 하느님이 오시기 마련이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모든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충성심을 약속하는 것이며
상처를 받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거나 가치관이 달라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약하며 상처 투성이며 죄가 많으며 쉽게 상처를 받는다. 부부간이나 가족간이나 교회 안에서 친구 사이에 직장에서 실망시키지 않고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불가능한 약속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아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가능하다.
이 약속만으로 충분하다.
(롤하이저 신부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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