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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감사히 봉헌된 희생의 가치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4 조회수664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5주간 토요일 - 감사히 봉헌된 희생의 가치

 

복음묵상을 쓰기 위해 이용하는 것 같아 루치아에 대한 내용을 쓰지 않으려했으나 부모님들의 놀라운 신앙심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루치아를 위해 기도 부탁한다는 의미로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루치아는 제가 보좌를 하던 본당의 예쁜 고 3학생이었습니다. 고해소에서 미사 전 고해를 듣다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CD를 틀어놓은 듯한 예쁜 성가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성가 연습을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미사 전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고 바로 교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교사들은 루치아를 소개시켜 주었고 저는 성가를 아주 잘하니 청년이 되어서도 청년 성가대를 하라고 권유하였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 부근의 한 대학에 진학한 루치아는 청년 성가대를 하였고 어려서 그런지 술자리가 있으면 너무 늦기 전에 가장 먼저 집에 들어가는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로마로 나왔을 무렵 청년들과 본당 신자분들이 루치아가 청년 성가연습을 하러 나간다고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성가 연습을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놓쳤다고 합니다. 한 아주머니와 둘이 기다리다 아주머니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루치아는 2년 동안이나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조차도 희망이 줄어들고 가끔 생각 날 때나 기도를 해 주던 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루치아가 이번 연쇄 살인의 한 피해자로서 유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루 이틀은 그냥 멍한 상태로 있었고 그 이후론 별일도 아닌데 가끔 짜증도 잦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일을 당한 루치아에겐 배부른 불평을 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했었습니다.

얼마 전엔 한 분이 저에게 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루치아가 살인범이 죽이기 전에 고민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착하고 깨끗하고 예뻐서 한 시간정도를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자신의 얼굴과 일을 알고 있는 루치아를 살려둘 수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항상 감사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되뇌면서도 친가족도 아닌 저조차도 은근히 불평이 늘어나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오늘 루치아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제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장례식에서 루치아의 어머니는 자신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아마 실종되었을 때 바로 딸의 시신을 찾았으면 미쳐버렸을 거예요.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해요. 2년이란 시간을 주셔서 저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셨으니까요.”

아버님은 루치아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끝내 가고야 말았어. 살아서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하느님이 너무 사랑하셔서 예수님의 수난처럼 그렇게 처참하게 데려가셨을까? ...”

그리고는 보상을 안 받기로 하시고 그 이유를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우리아이의 죽음은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깨우쳐 주신 거라고 생각되기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자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허기에 지친 4천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그 발단은 제자들이 봉헌한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였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그리고는 수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일곱 광주리나 남게 되었습니다.

루치아의 희생이 마치 봉헌된 빵처럼 여겨지고 부모님들이 마치 예수님처럼 그렇게 하느님께 감사히 봉헌하시는 모습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지향대로 루치아의 희생은 많은 이들이 죄를 덜 짓게 하고 우리나라에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는데 쓰일 것이 분명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지향대로 봉헌한 루치아의 희생을 양식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아주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보다는 불평만 할 줄 아는 저의 모습을 반성하며 작은 희생을 감사의 마음으로 봉헌하면 얼마나 큰 은총이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됩니다.

루치아 위해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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