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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나, 잘했지요?”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3 조회수1,013 추천수17 반대(0) 신고
                                        
 

                      “하느님! 나, 잘했지요?”

 

                               

 

 

     레지오 회합 때였다.

     “ 신부님이 고해소에서 큰소리로 야단치고 화를 내셔서

     신영세자가 냉담하게 되었데요.”


     “ 그래요? 요즘 그런 신부 별로 안계실텐데요”

     그러면서도 난, 그런 몹쓸 신부가 누군지 궁금했다.


     그냥 넘어갔어야 할 텐데 그놈의 호기심을 못 참고 그만

     " 도대체 그게 어떤 신부예요?” 하고 물었다.

     못마땅해 “님” 자도 안 붙이고 말이다. 


     "신부님이요”

     "아니, 신분 신분데 어떤 신부냐 그 말이지요?” 


     “본당 신부님이요”

     “아이고 답답해라 아니, 글쎄 그러니까 어느 본당 신부냐

     그 말씀 이예요.” 그러자 턱으로 나를 가리키며 


     “죄송해요 신부님, 우리 본당신부님이요, 주 신부님이요”

     하지 않는가? 자매님들이 모두 웃었다. 


     그 순간 난 깜짝 놀라고 부끄러웠다.

     마치 깨끗한 척 했던 내가 신발이 벗겨져,

     냄새나는 발이 드러났을 때처럼…  “

     아니 내가 그랬다고 요?”

     “ 예, 신부님 ” 


     내가 그랬을리가 있는가?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데...

     괜찮아도 꽤 괜찮은 신분데…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완전히 일방적이었다.

     억울하기 까지 했다. 은근히 화도 치밀었다.


     그렇지만 그렇다니 이를 어쩌랴.

     그러니까 호기심이 발동하더라도 묻질 말지 왜 물어?

     잘못한 신부를 덮어주는 의미에서라도 그냥 넘어 갔어야지

     이 사람아!

     그런 심보니 지가 당하지 쯧 쯧 쯔…

     하느님께서 나무라시는 것 같았다. 


     "맞아요, 하느님! 제가 사랑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서 방문해서 용서를 청 하거라.” 하는 소리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자꾸만 들려왔다. 


     하지만

     발도 드려놓지 말라고 소리 지르며 문전 박대할 것만 같아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더 강하게 들려왔다.

     “뭐 사목을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지

     그걸 어떻게 비위를 다 맞춰가며 사나

     그러니, 까짓 거 속상해할 필요도 없어!

     난, 너무 마음이 약한 게 탈이란 말이야!”


     다 이해받지 못하고 사는 것! 

     사제 생활이란 으레 그런 것 아니겠어?

     그러니 빨리 잊어버리고 새 일을 찾아 나서자!


     그런데 고개를 가로 젓고 그냥 지나치려 해도 

     그럴수록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고 뒤로 미루려 할수록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물론 주님의 품안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기도는 열심히 드렸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어쩐지 찜찜하고

     속이 후련하질 않았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은

     느끼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는 의지에 있는 것이니라.”

     하는 소리도 계속 들려왔다. 


     이번엔 그녀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 기도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결심했다.  아주 작은 죽음을…


     겁쟁이인 나는 레지오 단원 자매님들로 하여금

     나를 호위하게하면서 그 냉담 자를 찾아갔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어떻게 알아서

     먼발치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미소부터 환히 지으면서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라고 인사했다. 


     “내가 잘못한 것 모두다 용서해주시고요” 라고도 했다.

     그리고 손도 잡았다. 따뜻했다. 


     걱정과는 달리

     그녀도 나를 반가이 맞아주면서 사연을 이렇게 말해주었다. 


     고해 때,

     앞서 들어가신 할머님께서 큰소리로 야단맞는 것 같아 무서워

     고해성사를 안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동안 다른 일 때문에

     성당에 못나오다가 레지오 단원들의 방문을 받고 졸지에 핑계를

     그렇게 댔었노라고 하면서 오히려 신부님께 누를 끼쳐 죄송하니

     용서해달라고 하면서 앞으로 성당에 잘나가겠노라고 말했다. 


     내게 야단 맞으셨다는 할머님께서도 옆에서 거들어 주셨다.

     “ 이 늙은이가  글쎄, 귀가 나빠 뭔 소린지 통 못 알아듣거든,

     그래서 신부님께 크게 말씀해달라고 그랬었던 거라오.”


     사실이 그랬다.


     그녀를 비롯해 같이 갔던 자매들이 그제 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싫지만 방문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체증이 가신 것처럼 속이 후련하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날아갈 것처럼 사뭇 가벼웠다. 


     하느님! 나, 잘했지요? 여러 사람 부활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께 영광! 하느님께 감사!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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