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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상기님의 둥둥 북소리 89
작성자김명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3 조회수403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의 묵상입니다.[연중 제 5주간 금요일]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제는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인 이교도의 딸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이교도 인 그 어머니는 말씀의 빵 부스러기만이라도 주시면 딸아이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청을 하였습니다. 복음서 기자는 이 사실을 통하여 이교도마저도 예수님의 말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의 민족들은 말씀의 빵을 주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라는 뜻에서 복음서 기자는 어제 복음과 오늘 복음을 연이어 배열한 듯합니다.

이교도들도 그토록 원하는 말씀을 이스라엘 민족들은 율법 때문에 아직도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있으므로 제발 귀를 열고 말씀을 알아들으라는 뜻에서 오늘은 귀먹은 자를 치유한 장면을 기록하여 어제 복음과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너무 억매이어서 완고해 질대로 완고해진 자기 민족들의 답답한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고' 계셨을까요?

우리는 이런 한숨을 많이 쉬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한숨을 쉬고, 공복의 사명을 망각하는 공복들을 보며 한숨을 쉬고,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를 생각도 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를 뽑은 국민들을 보며 한숨을 쉬고, 국민의 여론을 왜곡하는 거대언론의 횡포를 보며 한숨을 쉬고, 우리 사회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고, 우리의 보살핌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숨을 쉬고, 주님의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는 우리 교회를 보며 한숨을 쉬고, 이러함에도 모두가 침묵하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 등 참으로 한숨 쉴 일이 많습니다.

어제 복음에서는 이민족인 이교도조차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민족들은 오늘날 까지도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사실을 생각하면 고향 나자렛에서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하신 말씀에서 고향은 비단 나자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도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을 자국인 우리나라에서 평가절하하고 험담하고 있으니 이 말씀이 증명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도 이스라엘 민족 그들처럼 율법 때문에, 교리 때문에 완고해져서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여 오늘 복음의 귀먹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벙어리는 말을 못해서 벙어리입니다. 하지만 말을 못하는 이유는 귀가 먹어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벙어리는 거의 전부가 귀먹은 사람들이므로 벙어리도 귀만 뚫리면 대부분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귀가 뚫려서 예수님의 말씀을 바르게 알아듣는다면 우리의 입은 저절로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귀만 뚫리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입이 저절로 열리므로 불의에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의에 항거하며 소리를 높이는 것은 목마른 대지에 자비로운 하느님께서 단비를 내려 주시어 촉촉이 적셔주시는 것처럼 우리의 자비로운 마음이 몸과 입을 통하여 외부로 표출되는 자연스런 현상일 것입니다. 측은지심이 가득하여 자비로운 사람들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불의에 항거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항거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침묵하고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민중들보다 예수님의 말씀을 더 못 알아들은 것은 율법 때문에 완고해 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율법이 있다면 그들처럼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교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실 때에는 지금의 교리는 생겨나지도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지금의 교리를 하나도 모르는 민중들을 상대로 복음을 선포하셨으므로 말씀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교리의 선입관을 모두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선입관을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오히려 교리를 모르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하여 실천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자비를 실천하고 바른 말을 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요원하기만 합니다.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린 이들이 그래도 믿을 곳은 명동성당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찾아온 그들을 경찰에게 시설보호를 요청하여 출입을 금지시킨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요원하기만 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마저도 민중들을 위하여 내 놓으셨는데 교회는 갈 곳없어 찾아온 이들보다 교회 시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3.1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에는 자랑스러운 우리 천주교 인사는 단 한사람도 없었으며, 안중근 의사에게 종부성사를 거부한 그런 부끄러운 과오를 또다시 범하지 않기를, 그나마 민주화 성지로 부각되어 이만큼 성장하였으므로 그 정신을 이어 나가기를 기도하며 오늘 묵상을 마칩니다.

대자대비하신 아빠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은 오늘 귀가 막히고 말 못하는 영혼들에게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막힌 귀를 열어주시고
침묵의 땅에 정적을 깨뜨릴 수 있도록 혀를 풀어 주셨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뚫어주시고
침묵만이 흐르는 이 땅에 주님의 음성을 알릴 수 있도록 혀를 풀어 주시도록
성령께서 저희를 주님께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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