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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머로 이루는 영적 성장의 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2 조회수661 추천수9 반대(0) 신고
 
 
 
 

유머로 이루는 영적 성장의 길 - 윤경재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티로 지역으로 가셨다.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그 부인은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그분께 청하였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마르 7,24-30)


 오늘 새벽에도 안개가 두텁게 내려와 시계거리가 이백 미터도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개 위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질주하던 속도를 낮추고 잠시 안개에 젖어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겠습니다.


 이 대목은 정말 묵상거리가 많이 담겨있어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에서 누군가 팽팽하게 줄을 조인 현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먼저 이 대목 전후장면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해 보면 A단락과 B단락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단락은 ‘6,30-7,23’부분이고 B단락은 ‘8,1-8,21’부분입니다. 이 두 부분은 빵을 많게 하시어 군중을 먹이시는 장면과 그 부속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A단락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베푸시는 장면이고, B단락은 헬라인들에게 표징을 보이시는 장면입니다. 그 내용도 ‘빵 - 물 - 논쟁 - 가르침’이라는 핵심단어로 이루어져 아주 똑같습니다.


 예수께서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청을 들어주시는 장면이 구원의 확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초기 공동체는 이 대목에서 찾은 것입니다. 빵을 나누는 식탁 공동체에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첫 경우를 예수님께서 직접 이루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병자를 고치거나 마귀 든 사람을 구마하실 때 즉시 개입하셨지만, 여기서는 거절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시행하실 때 상대방의 믿음 정도를 보시고 그에 알맞게 어떤 말씀을 겸해서 하셨는데, 이 경우는 그녀에게 영적 수모를 겪게 하여 믿음을 더 깊게 이끌어 주셨다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엄격한 성격을 지니신 것이 아니라 유머를 하시며 좌중을 휘어잡고 놀래게 하는 소질이 뛰어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유말씀과 논쟁하실 때 표현하시는 내용이 언제나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능력이 뛰어나셨습니다.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셨으며 촌철살인 하는 언표를 이 세상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사용하셨습니다. 개방적이고 활달하며 기쁨을 즐기는 여유와 상대를 배려하는 질서를 모두 갖추신 분이 여실히 증명됩니다. 실로 사랑이 넘치고 온전한 성품, 완성된 인격만이 드러낼 천진면목(天眞面目)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이방여인의 자세에도 역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주님이라는 존칭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예수님의 거부권을 수긍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겸손하고 집요하게 간청했습니다.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믿음이 하느님의 백성과 이방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야곱이 하느님과 씨름하는 모습을 이 여인에게서 역시 발견합니다.


 작은 시련에도 발끈해서 신앙을 접고 마는 교우를 볼 때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사제와 수도자에게서 받은 상처를 침소봉대하거나 교우끼리 오해로 생긴 앙금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냉담하는 사례를 무수히 보았습니다. 영적 성장으로 나가는 길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하면 넘어갈 일을 더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굿뉴스 여러 창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에서도 이런 긴장을 자주 발견합니다. 하지만, 조이고 푸는 과정(센터링과 릴리스)을 통해서 영적 성장을 이룬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런 모습을 유머로 즐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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