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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여소리 들리는 밤 -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2 조회수762 추천수9 반대(0) 신고

 

                          상여소리 들리는 밤



   신학생 때 중고등부 여름신앙학교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죽음체험'을 주제로 정하고 관 하나를 준비했다.


   낮에는 실컷 놀게 한 다음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늦은 밤에 촛불만 켜놓은 채 상여 나가는 소리를 들려주며 아주 여린 목소리로 "나의 손이 마비되어 갑니다. 나의 심장박동이 희미해져갑니다…" 하면서 죽음의 상황을 느끼게 했다.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에게 유서를 쓰게 한 후 실제 관이 들어오자 아이들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때 "이 관속에는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모두 다 알고 있는 분이고 여러분을 몹시 사랑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먼저 여러분이 본 다음 장례 미사를 할 것입니다. 이제 관 뚜껑을 열 테니 한 사람씩 나오세요." 하니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더 커졌다.


   촛불과 상여 나가는 소리만 들려오는 가운데 한 사람씩 나와서 큰 절을 두 번 하게 한 다음 관속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였다. 한 남자 중학생이 관을 보고 나서 제자리에 돌아와 갑자기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관 안에 사람은 없었다. 단지 관의 맨 가운데에 큰 거울이 하나 놓여 있어서 관을 들여다볼 때 아이들은 관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관 체험이 끝나고 자기가 쓴 유서를 몇 사람 읽도록 했다. 다들 울면서 하나같이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부모님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관속을 보고 나서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때 왜 울었니?" "신부님, 제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관속에서 제 얼굴을 본 순간 참을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신앙학교를 끝내고 신학교에 돌아왔는데 본당 교리교사한테서  편지가 한 통 왔다. 아이들이 놀랍도록 차분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주 실망하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세상 너머의 영원한 삶을 생각하지 못하고 현세의 기쁨과 영예만을 추구하기 때문 이다. 그래서 내 능력 없음에 울지 말고 악한 사람이 잘되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자.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므로 겸손하면 된다.


  우리는 너무 똑똑해서, 너무 많이 가져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김연준 (프란치스코)신부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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