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0 조회수470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 밤 잠들기 전까지 한참을 뒤척였습니다. 빗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 소리에 사악사악 소리를 내는 나무도 저처럼 쉬이 잠들지 못하는 듯하였습니다. 자는 중에도 언뜻 언뜻 빗소리와 더불어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걸로 봐서는 저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깊이 잠을 자지 못했나 봅니다. 밤새 폭풍이 지나 갔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아침은 더 없이 상쾌한 모습으로 새 날을 열어 줍니다. 지난해 봄 토네이도가 왔을 때 세찬 바람에 꺾여 나무 사이에 끼여 있던 아주 큰 나뭇가지가 어젯밤 세차게 불어 닥친 바람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큰 나뭇가지가 위협적으로 보였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놀다 행여나 나뭇가지가 떨어질까 오랫동안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폭풍이 지나가면 목말랐던 대지는 물을 빨아 들여 땅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게 합니다. 대지 속에 움틀 대며 살아 있는 것들은 스며든 단물에 의해 잠을 깹니다. 물을 받아 안은 생명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작은 몸짓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날씨의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하느님의 피조물인 새들은 그 변화를 벌써 알아차리고 자신의 온 몸으로 기쁘게 노래하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폭풍이 만물의 영혼을 깨우듯 하느님 당신이 제게 보내신 폭풍이 나의 영혼 또한 깨웁니다. 비가 그친 아침의 촉촉한 공기가 어찌 이리 경이로운지 모르겠습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빛이 너무나 오묘하고 새들의 지저귐과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모습이 어제와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 옵니다. 나무와 꽃들도 웃음 짓는 주님 허락하신 오늘이 제게 축복입니다.

 

어김없이 아침 미사를 다녀오고 매주 월요일이면 늘 드리는 성체 조배도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 보속으로 주신 묵주 기도도 하느님 앞에서 무릎 꿇고 정성 들여 바쳤습니다주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으로 정성을 들입니다. 주님과 가까이서 당신을 느끼며 바치는 보속은 어떤 의심의 여지없이 제게 용서를 베푸신다는 것을 저의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낍니다. 주님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주님 당신만이 저를 제일 잘 아시는 저를 용서하고 구원하시는 나의 구원자이십니다.

 

성당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다른 집 정원에 아름답게 활짝 피어 있는 보랏빛 목련 꽃 나무 두 그루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목련꽃과 똑같아요. 파릇한 잎이 나기도 전에 만개한 꽃으로 봄소식을 전해 줍니다하늘 향해 고고하게 피어 있는 목련꽃을 보니 벌써 이곳에는 봄이 시작되었나 봅니다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새싹이 돋고 겨우내 추위에 피부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나무도 서둘러 온 목련꽃을 따라 꽃이 나오고 싹이 나오겠지요.  저의 거친 마음에도 고통 받으시는 예수님이라는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내 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부활의 봄이 오리라 믿습니다

 

오늘 제 1독서는 창세기 1장부터 19장까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주님 만물 창조하신 태초의 모습을 그려 주신 말씀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았습니다. 오늘 내가 하느님의 창조를 마음껏 누려 즐길 수 있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복음 말씀에서 누구든지 주님께 치유를 구하는 자는 주님께서 친히 치료해 주심을 새롭게 느낍니다. 구하지 않으면 치유되지 못합니다. 내 약한 모습을 그대로 주님께 드러내어야만 당신이 치유해 주십니다. 그러니 약하고 모자라고 부족한 내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런 나도 당신의 권능으로 만든 소중한 존재입니다. 당신의 권능을 드러낼 도구로 쓰실 줄도 압니다. 언제든 당신 앞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용감하게 나가기를 청합니다.

 

오늘은 왠지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어제 밤에는 몸이 좀 좋지 않았지만 아침이 되니 거뜬해졌습니다. 누군가 저를 위해 당신께 빌어 주셨음을 압니다. 고맙습니다.

 

성체 조배를 하다 읽은 아름다운 시 하나 남겨 놓고 갑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행복한 날 되세요. 사랑합니다.

 

                 God Alone

                                         ............by Regina Wiencek

 

Who numbers the stars in the night sky

or measures the sand on the shore?

Who directs the birds under Heaven

And stills the ocean's deep roar?

 

Who has given the sun golden splendor

And set the moon for a light?

Who ordained the earth's changing seasons,

Making dawning pursue the night?

 

Who has formed the hills and the valleys,

The fields, the streams and the sea?

None other but God up in the Heaven

The mighty Creator is 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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