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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형식주의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10 조회수78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5주간 화요일 - 형식주의

 

제가 신자 분들과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입니다. 비행기 출입국 수속이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려 들어갈 때부터 주눅이 들었었습니다. 이는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데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 미움 받을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이드는 식당에 들어갈 때 고추장 등을 가져 들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용감한 우리 자매님들은 몰라 가져 들어가서 고추장을 열었습니다. 그 순간 지배인이 달려오더니 마구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먹으려면 자신의 식당에서 나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추장 안에 돼지고기나 구약에서 금기시된 고기가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이 안식일을 어떻게 지키는지를 들었을 때는 기가 막혔습니다.

안식일은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르면 안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각 층마다 서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혹 여름에 에어컨을 켜 놓았다가 갑자기 전기 스위치가 떨어지면 그것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외국인을 불러서 스위치 좀 올려달라고 청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음식을 안식일 전날 모조리 만들어 놓고 안식일 날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식당 앞에는 항상 손을 닦는 세면대가 있었습니다. 역시 밖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식사를 하기 전에는 손을 씻는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관습은 본래 먼지가 많고 위생시설이 좋지 않던 시대에 생겼던 아주 좋은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마다 손을 씻는 요즘의 상황을 생각하면 쓸모없는 전통이 되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도 어렸을 때 밤엔 손톱을 깎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런 것을 하면 무슨 뱀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손톱을 깎지 말라는 것은 호롱불 켜 놓고 살던 시절, 어두워서 손톱을 자르다 자칫 손까지 다치게 될까봐 생긴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깃불이 환하게 들어오는 요즘 이런 전통을 강요한다면 우스울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사랑의 법만을 강조했습니다. 형식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당시 사랑이 없는 형식주의가 팽배해있던 시대에 예수님의 가르침은 가히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제자들도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이 전혀 이웃사랑에 방해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비록 좋은 전통이기는 하나 지키지 않고 음식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달려와서 큰 율법을 어긴 양 예수님께 그것에 대해 따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전통을 무슨 사랑을 어기는 큰 죄인 양 치부하면서 실제로는 사랑과 정의의 계명을 어기며 사는 위선적인 삶을 비판하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얼마 전에도 큰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였습니다. 전쟁은 양쪽 모두의 잘못이지만 열 배의 보복을 강조하면서도 자질구레한 전통들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지키려하는 모습에서 지금도 예수님의 질책을 듣기에 충분하게 위선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 안에는 그런 모습이 없을까요? 한 예를 들어 유럽은 신부님, 주교님, 추기경님, 교황님이라 부르기 보다는 Reverendo(존경할만한 분: 사제), Eccellenza(탁월하신 분: 주교), Eminenza(위대하신 분: 추기경), Sua Santita(거룩하신 분: 교황)님의 칭호를 쓰고 신부님들도 주교님이나 추기경님을 부를 때 칭호를 잘 못 사용하면 높으신 분들이 매우 기분나빠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이런 칭호들은 모두 하느님께만 해당하는 칭호들이지 사람에게 붙여져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예수님은 누구도 아버지라 불리지 말고 스승이라 불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교회 전통 안에는 그보다 더 완전한 이름으로 성직자들을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칭호들이 들어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성직자가 된다고 해서 탁월하거나 거룩해지는 것이 아님에도 그 직위에 따라 거룩함의 칭호를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어떤 신자들은 손으로 성체를 영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교회의 오랜 전통을 지키기 위함이고 성체를 함부로 만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겸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혈을 예수님께서 일일이 제자들에게 먹여주셨을까요? 아닙니다. 음식이기에 제자들은 손으로 집어 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죄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손은 더럽고 혀는 더럽지 않습니까? 죄를 지으면 온 몸이 다 더러운 것입니다. 만약 그 전통을 계속 고집한다면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고 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일일이 말은 할 수 없지만 교회 내에서도 가정 내에서도 사회에서도 유일한 사랑의 법보다 전통이라는 굴레로 자신들과 이웃들을 옭아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항상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하신 아우구스띠노 성인의 말씀처럼 형식이 영을 옭아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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