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기적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9 조회수638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당에 다녀오자마자 쓰러져서 잠을 잤습니다. 주일이면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오는데 오늘은 가기 전에 날씨도 흐리더니 미사를 마치고는 폭풍 전야같이 스산하게 바람이 불고 검은 구름이 몰려 왔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서 몸을 떨지는 않았으나 제몸도 마치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듯합니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제몸이 아닌 듯 으슬 으슬한 것이 한바탕 크게 앓고 지날 듯 몸살기운이 돌긴 합니다.
 
이 와중에도 묵상방에 와서 글을 쓰고 있으니 저는 여기가 무척 좋긴 좋나 봅니다. 성당이나 바깥에서 바쁘게 지내다 집으로 돌아 오면 왠지모를 공허하고 허전함이 밀려들곤 합니다. 사람의 양면성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과 성당에서 어울려 웃고 떠들고 왁자지껄하다 갑자기 집이라는 조용한 공간으로 돌아오면 몰려오는 외롭고 허탈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족이 옆에 있어도 그런 기분이 드니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약한 사람인가 봅니다.
 
예전에는 그 외로움이 참으로 크게 느껴졌었는데 요즘은 묵상방이 있어 덜 외롭습니다. 사이버 공간이긴 하지만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람을 만나고 온 후 느끼는 공허함을 메꾸어주는 한 방편이 이곳이 아닌가 싶어요.
 
오늘은 캐서린 수녀님께서 영어미사 강론을 해주셨는데 제가 지난 주에 느꼈던 것과 너무도 비슷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욥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주시고 또 우리가 매일 만나는 기적을 알아보자는 주제로 얘기하셨어요. 내 심장이 끊임없이 펌프질을 하고 있는 것, 오늘도 세상에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는 것, 우리가 이렇게 미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모든 일이 주님이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적의 일이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만날 때마다 첫인사는 늘 오늘도 정말 주님께 축복 받은 날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반갑고 활기차게 인사하시는 수녀님 자체가 사실 저에겐 기적인데 말이예요. 저도 수녀님처럼 평생 그렇게 밝은 에너지로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제가 오늘 만난 가장 소중한 기적은 우리 성당 사람의 따뜻한 사랑입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불평 불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오늘 제가 만난 우리 성당 식구들은 모두 주님안에 한 식구였습니다. 주님안에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기쁘게 인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사랑의 모습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띄어 행복한 오늘이었습니다. 아이들에서부터 어른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을 주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사랑을 뿌려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공동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적은 늘 이렇게 내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고 그것을 알아볼 눈만을 우리는 마음속에 가지고 살면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일을 영적 육적으로 바쁘게 보내고 난 지금은 이제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습니다. 아참 요셉 신부님 글을 몇일 동안 읽고 저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미사전에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하느님께 로사가 죄를 아뢴다고 조목 조목 얘기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용서 받고 고해소를 나서니 마음의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 같아 가벼워졌습니다.
 
묵상방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을 실천해보니 그대로 이루어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곳이 더 좋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을 통해 내 신앙을 조금씩 키워갈 수 있도록, 모르는 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안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주님 당신께서 도와 주고 계시니까요.
 
정월 대보름 잘 보내고 계시죠? 저도 내일 아침엔 오곡밥과 나물을 해 먹으렵니다. 부럼도 깨고 귀밝이술도 한잔 할까봐요. 주님 들려주시는 말씀을 더 잘아 듣게요.
 
정신없이 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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