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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부럼을 깨셨습니까?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9 조회수617 추천수8 반대(0) 신고

 

오늘 부럼을 깨셨습니까? - 윤경재


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마르 6,53-56)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아침에 부럼 깨셨나요? 정월 대보름에는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벌어지는데 그 뜻을 살펴보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어울려 사는 친교정신과 배려가 눈에 뜨입니다. 먼저 어떤 풍속이 생각나세요? 오곡밥을 지어 오늘 하루 동안 아홉 번 밥을 먹고 등짐을 아홉 번 지며 아홉 가지 나물을 무쳐 먹는다고 합니다. 오곡은 다섯 색깔이 나는 곡식을 골라 밥을 짓습니다. 찹쌀, 차조, 붉은팥, 검은콩, 수수가 다섯 가지 색이 돕니다. 오방색을 한꺼번에 조리하여 어디 한 군데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그 기운을 몸 안에 섭취하여 오장육부를 튼튼히 한다는 뜻입니다. 아홉 가지 나물은 새로 난 것이 아니라 겨우내 묵힌 나물을 이용해 무쳐 먹습니다. 새 봄이 오기 전에 묵은 것을 청산한다는 의미이죠.

 

 이렇게 지은 밥과 나물을 姓이 다른 세 가족 이상이 서로 나누어 먹어야 복을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또 집문 앞에 누군가 바가지를 가져다 걸어놓으면 그 안에 오곡밥과 나물을 담아주어 먹게 하였답니다. 아홉 차례 밥을 먹는다는 것도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등짐을 해다 주고 서로 밥을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이밖에 마을 공동체가 모여 다리밟기(답교놀이),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달맞이, 고싸움 등을 하면서 액막이도 빌며 한해가 평안하기를 빌었습니다. 


 도시화 된 요새도 부럼 깨는 풍습은 어느 집에나 지키겠죠. 부럼을 깨면 한해 동안 부스럼을 막아 준다는 의미입니다. 옛날에는 개인위생이 청결하지 않아 생기는 피부병이 많았지만, 요사이는 오히려 아토피성 피부질환 같이 주거환경과 식습관이 나빠져 생기는 질병이 더 많습니다. 아토피 질환에 겪는 가려움증은 부스럼이 비할 바가 아니죠. 아토피성 피부염을 옛날에는 태열이라 불렀습니다. 주로 어린아이가 잘 걸리고 밖에 나가 놀 나이가 되거나 늦어도 사춘기가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의미였죠. 그런 이유에 착안하여 태열이 치유되는 과정을 유추해보면 간난아이 때는 꽁꽁 싸매서 기르다가 피부가 튼튼해져 공기도 쐬고 태양빛을 쪼이면 나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태열 등 피부병은 태양빛을 쬐면 좋아집니다. 태양빛에 든 적외선과 자외선이 빨래를 말리고 소독하듯이 피부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원리를 착안하여 아토피 질환 등 피부병에 빛치료를 사용합니다.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 피부에 좋은 자외선 A, B가 다량 방출한다고 하니 이 시간에 일광욕을 즐기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태양과 같은 존재이십니다. 병자들을 일일이 고쳐주시고 마귀를 쫒아 주셨으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말씀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스스로 빛이시라고 선언하셨습니다. 부스럼과 태열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빛으로 나와 묵은 병을 고치라고 새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그분께 나아가 빛을 쬐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가 고생하는 몸과 마음의 질병 중 대다수는 태열처럼 꽁꽁 싸매 생긴 것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려 지나치게 움츠려들고 어둠에 머물렀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오늘 부럼을 깨고 한해를 시작하듯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주님의 빛을 향해 나가는 새 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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