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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연은 역시 조연다워야/신앙의 해[3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3 조회수490 추천수1 반대(0) 신고


꽃들 가운데 장미가 제일 아름답다고들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송이를 선물로 많이 한다.
그런데 장미 꽃다발에는 대개 안개꽃이 장미를 받쳐 준다.
빨간 장미를 하얀 안개꽃이 받쳐 줄 때 장미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인다.
작고 흰 안개꽃은 하나하나씩 보면 드러나지 않지만
장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만은 뚜렷하다.
따라서 안개꽃이 없으면 장미의 아름다움도 덜 드러날 게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라고 광야에서 외쳤다.
구약의 이사야 예언자는 이 세례자 요한의 설교를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들린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그렇지만 유다인들은 이 설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는 메시아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임금으로 거대한 쌍두마차를 타고서는
많은 시중을 거느리고 나타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오는 그들이었다.
조상 대대로 이런 구세주의 출현을 굳게 믿는 그들에게
세례자 요한의 출현은 그들의 관심을 끌기에 그만치 충격적이었다.
그들에게는 이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소리는
어찌 보면 그들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토록 메마른 광야에서 보잘것없는 한 젊은이의 외침에 그들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은 진정 누구요?’라고 계속 따지고 되묻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를 알아보자.
그는 예수님께 자리를 내어 드리고 자신은 서서히 사라졌다.
요한은 자신을 지는 해요,
그분을 떠오르는 해로 여겼고 그분의 선구자 역할을 다 한 뒤 조용히 물러났다.
그야말로 주님을 돋보이게 하고 자신은 주님의 배경이 된 안개꽃과 같은 사람이었다.
세례자 요한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빛을 증언하러 온 세례자 요한은 빛으로 오신 그분을 그 백성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분은 내 뒤에 오시지만 사실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이분을 두고 한 말이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과의 관계가 이렇게 분명히 나타나 있는데도,
그 백성은 그 빛의 실체와 증언자에 대해서 혼돈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라고 외쳐 보지만 그들에게는 혼돈만 더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광야에서 그 빛을 증언하는 요한이 외치는 소리에 대해서도,
세상은 아직 반신반의하였다.
어쩌면, 이제 겨우 낌새를 알아차리고 알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1,11-15)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 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게다.
그런데 주위에는 안개꽃처럼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되어 주는 사람이 쾌나 있다.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남들을 묵묵히 받쳐 주는 사람, 세례자 요한과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기꺼이 안개꽃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연이 조연다울 때 그 드라마는 진정 감동을 줄 것이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우리 각자의 성화를 통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안개꽃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한 때는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를 의아해 하기도하였다.
또한 대선 TV토론에서도 조연이 주연보다 빛난 경우였다고도 입방아처럼 말하기도 했다.
며칠 있으면 18대 대통령으로 남자 아니면 여자 중
누구 한 사람이 주연으로 박수를 받으며 탄생할 것이다.
그 주연을 위해 여러 조연의 역을 수행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어야 한다.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부터 말씀으로 계셨고 빛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께
요르단 강가에서 세례를 통해 세례자 요한은 분명히 구약을 신약으로
아름다운 인수인계를 해 주고는 안개처럼 꽃이 되어 사라졌다.
조연은 조연일 때가 더 빛난다.
세례자 요한은 그분 영광을 드러내는 데
안개꽃과 같은 역할을 하고는 구약의 시대로 사라졌다.
아름다움만 가득 남기고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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