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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4일 *사순 제2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4 조회수490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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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사순 제2주일 - 루카9,28ㄴ-36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졌다.”

 

<은갈치 눈동자와 한물 간 고등어 눈동자>

 

 

    당신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를 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 타볼산 위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수석 제자단격인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을 데리고 타볼산 정상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변화시키셨습니다. 깊은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는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옷을 하얗게 번쩍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모 중에 율법을 상징하는 모세와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야가 나타납니다.

 

    이 특별한 광경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잠깐 동안이나마 하느님의 나라가 제자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예수님 안에 깃들어있는 진정한 신성(神性)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자들이 보고 있는 하느님 나라는 아주 잠깐 동안입니다. 그들은 아주 ‘살짝’ 하느님의 나라를 맛본 것입니다. 예수님의 변모와 광채 역시 한시적입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치러내셔야 할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거쳐야 항구한 것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하고 있었던 중심 대화는 머지않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겪으셔야 할 일, 고통과 십자가 죽음에 대한 대화였습니다. 지금의 이 변모는 시편의 서곡과도 같은 것입니다. 언젠가 부활과 승천 이후 완전한 변모로 변화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와 잠깐 동안 맛본 황홀한 하느님 나라에 완전 취해버린 베드로는 지금 이순간의 찬란한 모습을 계속보고 싶은 인간적 욕구로 인해 초막 셋을 짓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베드로의 간절한 염원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베드로를 휘감은 것은 짙은 구름이었습니다. 영속적인 승리와 영원히 계속될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짙은 구름 속을 헤쳐 나가는 일이 아직 남아있음을 암시하는 구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참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아직 보류된 상태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지는 현실은 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구름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기꺼이 막막한 현실을 견디는 일이며 여러 가지 부당한 현실이나 고통과 십자가 앞에 침묵하는 일입니다. 언젠가 활짝 갠 하늘이 열릴 그날이 올 때 까지 참고 또 참을 일입니다.

 

    우리네 한평생 빛과 어두움이 언제나 교차합니다. 우리네 인생 하느님 나라의 빛나는 광채와 인간 세상의 비루함이 공존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하느님 나라의 찬란한 영광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할 고통이 수시로 반복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영원한 생명과 유한한 생명 사이를 매일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도래할 빛나는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침묵의 행군을 계속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생활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타볼산에 오르셔서 간절히 기도하시던 가운데 얼굴이 변하셨습니다. 진심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열렬히 기도할 때 우리의 얼굴도 변화될 것입니다. 기도의 대가였던 성인들의 얼굴은 광채로 빛났습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충만한 기쁨으로 빛납니다. 그들의 눈빛은 총기와 생명력으로 반짝거립니다. 마치 갓 낚아 올린 싱싱한 은갈치 눈동자처럼 신선합니다.

 

    그러나 기도나 영적생활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푹 파묻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마치 한물 간 고등어 눈동자 같습니다. 초췌하고 무기력합니다. 세상 언제 끝나나 하는 얼굴입니다.

 

    자주 우리 얼굴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지하고도 충실한 기도생활을 통해 반짝 반짝 빛나는 얼굴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얼굴, 대체 세상 언제 끝나나 하는 울적한 얼굴인가, 수시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타볼산의 예수님처럼 열렬하고도 진지한 기도를 통해 얼굴이 변화되고 삶이 변화되고 인생관이 변화되는 은총을 맛보는 이번 한주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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