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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 같은 나이에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01 조회수2,021 추천수28 반대(0) 신고

11월 2일 위령의 날-마태오 11장 25-30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꽃 같은 나이에도>

 

오늘 위령의 날을 맞아 "죽음"이란 주제를 두고 묵상하면서 존경하는 정호승 시인의 "연인"이란 책에서 본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떠올랐습니다.

 

"죽음은 바다의 파도와 같은 것입니다. 파도가 스러져도 바다는 그대로 있습니다. 죽음이 있다고 해서 삶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파도가 바다의 일부이듯이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대자유를 찾아 길을 떠나십시오."

 

"흰물떼새가 죽었다고 해서 그대와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랍니다. 이제 그 새는 그대의 가슴속에 살아 있으면서 여전히 사랑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랍니다."

 

우리가 너무도 두려워하고 있는 단어, 그래서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단어인 "죽음"은 사실 우리들 삶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 삶의 일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삶은 언제나 죽음과 연결되어 있지요. 우리들의 일상을 가만히 둘러보면 죽음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네 삶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어떤 면에서 우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수시로 겪게되는 육체적인 고통이나 질병, 늙음이나 외로움, 삶의 일선에서 물러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별과 같은 일들은 죽음의 한 표현입니다.

 

삶의 각 단계에서 체험하게 되는 자기 상실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참으로 이해가지 않는 논리겠지만 삶 안에는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토록 우리가 두려워하는 죽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삶이 현존하고 있습니다.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손님처럼 우리에게 죽음이 찾아오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면 좋겠습니다. 삶은, 영원한 생명은, 진정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과제는 위로와 사랑입니다. 따뜻한 위로 속에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충격은 훨씬 그 강도가 덜할 것입니다.

 

항상 죽음을 묵상하고 준비하는 사람, 매일 죽을 각오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 이상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아버지 집으로 가는 정겨운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공동묘지에 가보면 절실히 와 닿는 한 가지 진리가 있습니다. 죽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지요. 나이 많은 분들도 세상을 뜨시지만 꽃 같은 나이에도 이 세상과 작별하는 사람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답니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나와는 절대로 상관없다"고 여기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죽음은 오늘 이 시간 바로 나 자신의 문제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위령의 날에 가장 중요한 일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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