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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처,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4 조회수1,469 추천수20 반대(0) 신고
7월 5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마태오 복음 9장 32-38절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상처,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장대비가 마구 퍼부을 때였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4차선 중앙선 한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 애완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털 복숭이 애완견이었는데, 누군가가 버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퍼붓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잔뜩 겁을 먹고 서있던 애완견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였습니다.


큰일 날 것 같아 속도를 줄여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한번 잡아보려고 했지만, 크게 주눅이 들은 애완견은 중앙선을 따라 계속 달려갈 뿐이었습니다.


오후 내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애완견, 잔뜩 겁먹은 눈동자로 폭우 속에 그냥 서있던 애완견의 모습이 제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너무도 측은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주인을 향한 욕만 계속 나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백성을 향한 예수님의 측은지심이 돋보입니다. 갖은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며 끝도 없는 고통을 견뎌온 백성들을 모두 치유시켜주시는 예수님의 자비심이 빛을 발합니다.


수도자로 살면 살수록 처절히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끝도 없는 부족함입니다. 철저한 나약함입니다. 너무나도 깊은 심연의 상처입니다. 하느님 앞에 엄청난 부끄러움입니다. 마치도 폭우 속에 온 몸으로 비를 쫄쫄 맞으며 떨고 서 있는 애완견과도 같은 서러움입니다.


이런 제게 주님께서 요즘 자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들아, 나는 네 완벽함이나 능력이나 네 자질이나 업적 때문이 아니라 네 상처 때문에, 네 불쌍함과 부족함, 네 부끄러움 때문에, 네가 지닌 그 안쓰러움 때문에 너를 구원한단다.”


“전철이나 큰 건물 입구에 보면 인조 꽃밭이나 인조 나무가 꽤 많습니다.

인조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실제와 똑같은지 거의 구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져보지 않고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실제 꽃밭이나 나무는 반드시 흠이 있고 병든 것이 끼어있습니다.

상처 있고 병들고 흠이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겠지요.”

(윤해영, ‘기도바구니’ 성바오로 참조)


오늘 우리가 상처받고 있다면 그 상처로 고통 받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표지입니다. 상처가 있다는 것은 희망과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는 표지입니다.


우리가 지닌 지난 상처는 감추고 부끄러워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 자신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치유되어야 할 상처입니다.


언젠가부터 상처가 찾아오면, 고통이 넘나들면 이 상처가, 이 고통이 언제 어떻게 축복으로 돌변할까를 기대합니다. 어쩌면 시련은 축복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재료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답답한 일도 많고 딱한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픔과 시련을 이기고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기쁩니다.

(이준희, ‘세상 속으로’ 문이당 참조)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저 세상의 문턱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것이 이 세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저 세상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또 다른 삶이 있으며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때가 올 때 까지 우리의 발걸음을 계속해 가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나날을 그분 사랑의 손길로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끼아라 루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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