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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을 안다는 착각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2 조회수746 추천수7 반대(0) 신고
 
 
 

주님을 안다는 착각 - 윤경재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마르 3,7-12)

 

  오늘 김광자님께서 올려주신 이해인님의 시 <한 방울의 그리움>을 감상하면서 묵상할까 합니다. 주님을 바라는 그리움을 번져가는 한 방울의 잉크로 비유했습니다. 짧지만 생각이 깊은 시입니다. 마지막 연에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라고 쓰셨습니다. 그 어떤 표현보다 겸손하고 진실한 마음이 배어나옵니다. 깊은 신앙 체험과 아픔을 겪어 본 사람이라야 나올 용서의 기도입니다.

  하느님을 안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혜 있는 사람은 “나는 하느님을 모른다는 것만을 안다.”라고 고백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고백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합니다. 하느님을 그 무엇보다 더 사랑한다는 열망이 담기지 않으면,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이해인 시인께서 말하는 내용도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사랑도 없이 말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 6,26)라고 지적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푸신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습니다.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 구경하려는 사람, 의심하며 어쩌나 보려는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러자 기회를 노리던 악령들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덤벼들었습니다. 악령은 교묘하게 방해하기 시작합니다.

  악령의 수법은 없는 사실을 꾸며대지 않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여자를 유혹한 뱀의 수법도 그럴듯한 사실을 들어 말을 꺼냅니다. 그리고 자기가 자세히 모르니 가르쳐달라는 식으로 여자에게 묻습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이 질문을 들은 여자는 자기 나름대로 판단한 것을 진실인양 생각하고 없는 내용을 덧붙여 대답했습니다. 뱀의 의도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유혹이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악령은 또다시 이런 수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전혀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이 말은 사람들더러 들으라고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의도를 오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까닭이 그저 기적이나 펼치시고 권능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아빠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시고 사랑을 통해서만 구원받는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이 땅에 오신 그 자체가 하늘나라가 들어와 있는 기쁜소식(복음)이라고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이때 인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땅에 하늘나라를 건설하는 책무가 결국 우리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악령은 이 계획을 무산시키려고 인간의 약점을 파고듭니다. 무엇이든지 인간 스스로 판단하려는 속성을 이용하였습니다. 뭐든지 다 알 수 있다는 자만심이 인간의 취약점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극소수 현자와 성인만이 이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만 하느님의 계획을 올바로 알아들었습니다. 당면한 문제를 자신의 판단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의도에 따랐습니다. 먼저 하느님께 계획을 묻고 나서 실천했습니다.

  이해인 시인이 마지막에 쓴 “내 마음도 잘 모르겠다.”는 고백은 하느님을 사랑하면서도 가끔씩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하였다는 것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그 결과 어둠과 고통을 경험한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시인은 곧바로 자신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십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통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수녀님 같은 분이니까 이런 고백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자주 주님을 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 왔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 방울의 그리움 - 이해인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A Love 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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