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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망자 예수님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2 조회수600 추천수9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3,7-12

 

오늘 복음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아닌 '예수' 주연의 '도망자'가 상영되고 있다.

예수님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유다와 예루살렘뿐만이 아니라

에돔, 요르단 건너편, 띠로와 시돈에서까지 갈릴래아 호숫가로 몰려들었다고 복음서는 기록하고 있다.

세례자 요한에게 몰려왔던 사람들보다 더 넓은 지역, 넓은 계층의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밀어닥치는 많은 사람들을 피해 호수에 거룻배를 띄우고 그 위에 오르시는 예수님,

마침내 곧바로 산으로 올라가시는(3,13-19) 예수님의 모습이 이어진다.

 

요한복음에서도 빵의 기적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께 밀어닥치는 것을 보시고

제자들을 먼저 배를 태워 보내신 후 당신은 홀로 산으로 피해가셨다(요한 6,15).

 

끊임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헌신하시는 예수님은

어떤 때는 이처럼 사람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나시는 모순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신다.

 

예수님은 어떤 때, 왜, 무엇을 피해 달아나시는 것일까?

오늘 복음에서 보자면 여러 지역에서 불같이 일어나는 예수님의 인기가 주된 원인인 것같다.

 

인기에 영합하여 자칫 들뜨고 교만해지고 자기 본분을 망각하게 될까봐 그러셨을까?

 

사실 가만히 예수님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분의 삶 전체가 

필사적인 도망자의 삶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분의 삶에서 일생 물욕(物慾)으로부터의 도망을 상징 하는 것이 광야의 빵의 유혹사건이었고,

"인자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하신 말씀대로 그분은 안락한 삶으로부터 거리를 두셨다.

 

그밖에도

 

왕으로 모시려는 사람들을 피하시는 모습에서는, 권력과 지배욕으로부터의 도망.

바리사이 사람들과의 마찰에서 보여지는 것은, 불의와의 타협으로부터의 도망,

수제자 베드로로부터의 안전한 삶의 유혹으로부터의 도망.

어머니와 친척들의 간곡한 청을 끊어내는 사사로운 인정으로부터의 도망.

심지어는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싶은 자기 자신의 뜻으로부터의 철저한 도망.

 

형태를 달리한 온갖 유혹자들.

'유혹자'는 항상 '정의'의 옷을 입고 그럴듯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유혹자(daibolos)와 정의(dikaioshine)는 어원이 같다.)

 

 예수님의 일생은 시시각각 형상을 달리한 유혹자들에게서

추호의 망설임도 뒤돌아봄도 없는 도망의 연속이었다.

그럴싸한 정의(正義)의 가면을 쓰고 자신을 구속하러 다가오는

수많은 유혹들에서 끊임없이 달아나는 삶이었다.

 

 그런데...

 

도망자 예수님의 삶은 초조하지 않았다.

도망자 예수님의 삶은 비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고 유유자적한 자유인의 모습이었다.

 

유혹자들에게 ’쫓기는’ 삶이 아닌,

자신에게 밀려드는 온갖 유혹들을 스스로 피하고 내치고 절단해버리는

가차없이 쫓아 내버리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그래서 정말 어려운 출가(出家)는 수많은 유혹자들 속에 살면서도

그들이 주는 달콤한 유혹들을 단칼에 끊어내는 절단의 삶인 것이다.

 

실상 어디로 피한들

나를 가둬두는 욕망에서, 나를 구속하는 유혹에서 출가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을 버리고.... 세상을 피해서... 세상을 등지고... 도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껴안고...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끌어 안을 것은 끌어 안는 것,

그것이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며, 진정한 구도의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일생 쫓고 있는 것들을 피해 달아나시는 주님.

우리가 일생 피해 달아나는 것들을 굳이 찾아다니시는 주님.

 

그분에게는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고 만족이 있는데....

우리는 온갖 것의 노예로 끌려다니느라 한순간도 평화롭지 않으며 자족함도 없다.

 

아! 그분의 삶과 우리의 삶이 반대편으로 가는 평행선인데....

언제 주님의 옷자락 끝인들 만져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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