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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귀머거리와 장님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0 조회수629 추천수5 반대(0) 신고
 우리는 남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자연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하느님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고 산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렛소리 같이 쩌렁쩌렁 태산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씀하시고 계신다.
또한 명약관화한 진실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주님께서 하늘에 우렛소리 내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당신 소리 울려 퍼지게 하셨네.
(2사무엘 22:14)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보지 못한 이들은 보고,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있던 몇몇 바리사이가 이 말씀을 듣고 예수님께,
‘우리도 눈먼 자라는 말은 아니겠지요?’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요한 9:39-41)
 
 조선시대의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 1724~1802)가 쓴 <질뢰(疾雷)>라는 시를 보면
우렛소리에 산이 무너져도 귀머거리는 듣지 못하고,
해가 중천에 솟아도 소경은 보지 못한다.
어리석은 자는 도덕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며,
속인은 왕도와 패도, 의(義)와 리(理)의 구분을 변별하지 못한다.
아아! 세상의 남아들이여, 눈과 귀가 있다고 말하지 말라.
총명은 눈과 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조각 영각(靈覺)에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요한 복음에서 ‘보고 듣는 사람이란
자신이 눈뜨고 귀 열고 산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보고 듣는 사람을 말한다.
자연의 경이로움도 모르고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이 우렛소리 같이 우렁차게 말씀하시는 진리도 듣지 못하고 산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리라.’하고 말씀하셨다.
보고 듣는 사람이란 세상일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이어서
내면의 세계, 하늘나라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면의 세계가 닫혀 있는 사람이다.
사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자기 안의 세계를 볼 줄 모르는 사람, 자신의 영혼을 바라볼 줄 모르는 사람,
내면의 세계에 대해 눈이 닫혀 있고 귀가 먹은 사람을 ‘영각(靈覺) 장애인이라고 한다.
보고 듣는 사람이란 교만한 사람을 말한다.
‘서울에 갔다 온 사람이 간 적이 없는 사람에게 못 이긴다.’는 말이 있듯
보고 들은 적이 없는 것을 보고 들었다고 우긴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전부인양, 절대 진리인양 떠들어 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독선에 빠져 사는 사람들, 자기 입장 외에는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들,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들, 자기 견해 자기 생각 자기 판단을 절대화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시겠다고 하셨다.
 
 반면에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이란 첫째로
눈이 감겨 있고 귀가 멀어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보고 듣고 느끼고자 하는 갈망이 늘 충만하다.
이런 갈망이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은총이다.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며,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르게 여길 줄 알며, 보고 듣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산다는 것이 은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주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보게 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이다.
둘째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시선이 내면을 향해 있는 사람이다.
내면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신비하고 즐겁고 놀라운 일인지 아는 사람이다.
세상일은 알지 못하는 신선하고도 영롱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셋째 겸손한 사람을 말한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사는 사람이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 보고 들은 것을 절대화하지 않고 이면(裏面)의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겸손하게 이웃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또 남의 도움을 받을 줄 알고 타인에게 자신을 맡길 줄 알고
당신 없이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하고 자신의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현대인의 교만하고 이기적인 경향에 맞서는
겸손한 영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과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이웃의 소중함과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다.
주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약속하시고 ‘보지 못하는 이는 보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언제나 신앙의 중심점을 잃지 않고 회복하는 것을 영성(靈性)이라고 한다.
주님께 모든 초점을 맞추어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 영성이다.
항상 깨어있는 것이 영성이다.
주님의 첫째 계명이 ‘사랑’이다.
내가 쓰고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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