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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9일 야곱의 우물- 루카 2, 22-35 묵상/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9 조회수508 추천수3 반대(0) 신고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그들은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주셨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22-­35)
 
 
 
 
◆요즘 세상을 보면 마치 육상 선수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듯이 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디지털 기계는 물론이고 일상 전반의 문화가 ‘빨리 더 빨리’라는 구호 아래 숨을 헐떡이며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과 발전 아래에 더 풍요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 모습은 예전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휴대전화가 생기고부터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조급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약속시간이 되면 바로 휴대전화를 보고 조금 망설이다 전화를 걸어 조급증을 드러내는 제 모습을 봅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약속 장소를 서점이나 한적한 곳으로 정해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문명의 좋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 살기에 급급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금씩 제 몸과 마음에도 배어 있는 것을 봅니다.
 
시메온은 하느님의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립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볼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한 해 두 해, 아니 십 년, 이십 년이 흐르면서 그 약속을 의심하기보다 더 큰 희망과 기대로 오히려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뻐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빨리빨리 우리를 채워주시기보다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하느님이 이루어 주시는 순간을 온전히 맞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희망이 무르익을 무렵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대보다 더 큰 것을 보여주는 분이십니다. 시메온의 인내와 믿음은 조급하고 의심 많은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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