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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9일 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9 조회수1,216 추천수25 반대(0) 신고

  

12월 29일 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루카 2,22-35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


<고통이 때로 은총이라는 깨달음>


   전 세계에 수많은 회원들을 파견한 한 수도회의 최고 책임자였던 어떤 신부님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다니시다가 누적된 과로로 인해 쓰러지신 신부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 이상을 꼬박 침상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투병생활 초기의 답답함과 불편함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 수많은 회원들의 장상으로서 그가 그간 해왔던 많은 역할들-계속되던 중요한 회의, 방문, 여행, 접견, 강연, 저술 등등-에서 순식간에 물러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주름잡던 분, 30분, 1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하루 스케줄이 잡혀있어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쓰던 분이셨는데, 이제 몇 평 안 되는 병실에 갖혀 하루 온종일을 천장만 바라보고 지내야하니 그 답답함이 오죽 했겠습니까?


   아무리 기를 써도 혼자 힘으로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드니 그 비참함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 못 견딜 일은 식사수발을 비롯한 모든 일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 참으로 못할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죽고만 싶었겠지요.


   그러나 워낙 영적으로 사셨던 분이셨기에, 만사에 있어서 늘 주님의 뜻을 먼저 헤아리던 분이셨기에 오래지 않아 한 ‘깨달음’에 도달하셨고, 마침내 이런 고백을 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장상으로 일할 당시 나는 늘 하느님 품 안에 푹 잠겨 살고 싶었는데, 바로 지금 이 병상에서 내가 그 체험을 하고 있으니 하느님의 뜻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그 후로 신부님은 못 다한 활동 사도직을 병실 사도직으로 보충해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하루 온 종일을 후배 신부님들을 위한 기도로 할애하셨습니다. 환한 얼굴로 찾아오는 모든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고통도 때로 은총’ 이란 사실을 온몸으로 전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고통과 십자가가 때로 영혼에 크나큰 약이 될 수 있음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온 몸으로 알려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신부님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고통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기쁜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신부님은 병고와 노년이라는 크나큰 십자가 앞에서도 진정 행복한 나날을 지내셨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도달해야할 한 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야말로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가장 큰 은총이란 사실입니다. 고통은 쇄신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진리입니다. 죽음 역시 우리 일생을 잘 정리하고 영원한 하느님의 품안에 완전히 잠기는 일생일대 가장 큰 축복이라는 진리입니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깨달음 중에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도 십자가도 결국 은총이라는 그 깨달음이 빨리 이루어지면 질수록 우리의 신앙생활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자유로워지리라 확신합니다.


   지난 시절, 제게 다가왔던 수많은 십자가를 떠올려봅니다. 참으로 괴로운 것이었지만, 그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얼마나 더 교만하게 살아가겠는가, 그때 그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얼마나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겠는가 생각하며 주님께서 주신 제 십자가에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그 모든 실패와 좌절, 고통과 십자가야말로 우리를 보다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손길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우리가 수시로 체험하는 갖은 불행한 사건들은 우리를 보다 영적인 인간, 기도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자각하는 오늘 하루가 되길 빕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시메온은 역시 자신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겪어온 고난의 세월이 하느님의 손길임을 굳게 믿었기에, 모진 시련 속에서도 성전 주변을 떠나지 않고 기도 안에서 꾸준한 영적 삶을 영위했습니다. 그 결과 시메온은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두 팔에 안는 영광을 맛보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천년간 고대했던 이스라엘의 구원이 성취 되는 순간을 목격한 것입니다.


   십자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진리, 십자가는 구원에로 건너가는 사다리라는 진리를 깨달은 시메온이었기에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영광이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07번 / 천사의 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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