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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 묵상] '회개와 믿음'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5 조회수846 추천수5 반대(0) 신고

 

'회개와 믿음'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긴 묵상과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드디어 제자들을 선발하십니다. 이제 대단원의 공생활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첫 강론을 들려주시는데 그 내용이 바로 오늘 복음의 주제입니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회개'


   이것은 주님의 첫 설교의 주제이면서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기도 합니다. '회개하고 믿어라.' 그분 나라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세상 천지를 둘러보고 세상의 모든 현인들과 학자들을 모아 연구해 봐도 우리가 하느님께 갈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길은 '회개와 믿음'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개를 항상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제1독서에 보면 요나가 이방인의 도시 니느웨에 가서 회개를 외치자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단식을 하며 못된 행실에 서 돌아서게 됩니다. 이에 하느님께서 본래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시고 구원해 주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묘합니다.


   같은 시대에 하느님의 백성이었던 유다는 예언자들이 아무리 회개를 외쳐도 듣지를 않았습니다. 막말로 아주 개판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지도 않는 이방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진실로 받아들여 구원의 은혜를 받습니다.


   '탕자의 비유'(루카 15,11~32)를 보면 그 역설적인 내용이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도대체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거스른 일이 없이 머슴처럼 일만 죽으라고 했던 큰아들은 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해 도 아버지 집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정을 해도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집안의 돈을 몽땅 가지고 가서 술과 노름과 여자로 다 탕진한 작은 아들은 대환영을 받으면서 아버지의 집에 들어갑니다. 묘합니다. 자기는 아들이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하는데도 그는 착한 큰 아 들보다 더 풍성한 대접을 받는 듯이 보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오래된 본당에 가면 흔히 있는 일이지만 6.25 후에 구호물자로 재미를 보며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했던 이들이 그 후 구호물자가 끊기자 많은 이들이 성당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이제 나 성당에서 별 대접을 못 받던 자들이 꾸준하게 성당을 지키며 신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자는 “나오라"해도 날 잡아 먹으라는 듯 이 안 나오며 후자는 "나오지 말라"고 해도 악착같이 나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 깊이 떨어질 수 있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의 반대 세력으로 세상을 바보처럼 살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들리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것을 앞에 놔 줘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그런 식으로 끝까지 일관한다면 그것 은 불행입니다. 비극입니다. 인생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닌데 그것을 뒤집어서 거꾸로 산다면 참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큰 성공을 했다 해도 자신을 진실하게 바라볼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더구나 죄인 아닌 인생이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자기 죄를 모르고 제 고집대로 걸어간다면 그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인생이 무엇에 묶여진 줄을 모르고 또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그가 아무리 열심히 믿었다 해도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아득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나를 따라 오라시는 예수님 의 말씀에 그물을 버리고 따라갔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를 떠나 서 주님을 따라갔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결단의 용기면서 동시에 묶여진 삶을 단절하는 위대한 은총의 변화였습니다. 회개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내버리고 툭툭 털고 주님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아무 리 인정에 얽매였다 해도 그것이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 라면 단호하게 끊고 빈손으로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다시 회개하는 때요 잘못된 것을 내던져 버리고 주님께로 돌아가는 시기입니다. 이제 안 돌아가면 영원히 못 돌아갈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새해를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믿음으로써 가볍게 출발하도록 합시다. 잘못된 것 툭툭 털어 버리고 그리고 묶여 진 것은 확실하게 끊어 버려서 멀리 내던져 버리도록 합시다. 그러면 올 일년이 은총으로 환하게 열려질 것입니다.

 

▒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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