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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이냐 돈이냐?" - 3.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9 조회수490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3.29 성주간 월요일

이사42,1-7 요한12,1-11

 

 

 

 

 

"하느님이냐 돈이냐?"

 

 

 

돈을 잃어도 하느님은, 마음은, 사랑은 잃어서는 안 됩니다.

 

돈 얻고 하느님을, 마음을, 사랑을 잃으면

그 돈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듯이 돈이 전부인 세상입니다.

사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마치 돈이 행복의 척도처럼 된 세상입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참 힘든 세상입니다.

 

 

하느님이냐 돈이냐?

존재냐 소유냐?

같은 맥락의 질문입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하느님 있고 돈 이지, 돈 있고 하느님이 아닙니다.

사람 있고 돈이지 돈 있고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둘 때,

하느님이 명실 공히 우리 삶의 중심이 될 때

비로소 돈으로부터 자유요 마음을 잃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두 제자라 할 수 있는

마리아와 유다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둘 다 예수님께 속해 있지만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사랑에는 계산이 없습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경청했던 마리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온 집안에 가득한 향유 냄새,

바로 마리아의 주님 사랑의 향기입니다.

 

마리아의 주님 사랑이 돈으로부터 그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진정 살 줄 아는 사람, 돈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돈의 소유가 아닌 주님의 존재를 택한 마리아의 사랑의 분별입니다.

 

유다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주님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입니다.

사랑이 사라지면 즉시 계산이 시작됩니다.

사람이 돈으로 보입니다.

돈의 유혹을 통과해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돈 앞에 무너지는 사람, 변질되는 사람 얼마나 많습니까?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지 않는가?”

 

유다의 말은 일견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주님께 대한 사랑이 없습니다.

삼백 데나리온 돈에 가려 주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사랑이 내 존재를 강화합니다.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게 합니다.

주님 사랑을 잃으면 즉시 소유에, 돈에 매여

나를, 마음을, 사랑을 잃습니다.

바로 유다가 그러합니다.

하느님과 돈, 존재와 소유의 우선순위를 바꿔 놓는 것,

바로 이게 사탄의 교묘한 유혹입니다.

 

즉시 마리아의 마음을 감지한 예수님의 두둔입니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는 있지 않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돈을 아낌없이 쓴

마리아의 큰 사랑에 감격하신 주님이십니다.

이심전심의 사랑의 교감이요 소통입니다.

예수님과 마리아의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

그대로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의 종을 닮았습니다.

 

이사야서의 아름다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이런 주님의 종들이

참으로 진정 돈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무욕의 사람들입니다.

자비와 연민, 섬세하고 온유한 사랑의 사람들입니다.

 

돈이 있든 없든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주님의 종으로서 이런 관상적 삶을 살게 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마리아처럼

주님 앞에 우리 사랑의 향유를 봉헌하는 시간입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네.”(시편27,1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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