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월 6일 야곱의 우물- 마르 6, 14-29 묵상/ 약함이 강함으로 드러날 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6 조회수424 추천수4 반대(0) 신고
약함이 강함으로 드러날 때

그때에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는 엘리야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하였다.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 이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마르 6,14-­29)
 
 
 
 
◆소문만 듣고 벌벌 떠는 약함, 옳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앙심을 품는 표독함 안에 숨어 있는 약함, 그리하여 마침내 권력을 빌려 의인을 죽이는 강함으로 탈바꿈해 버리는 약함. 이 약함이 강함인 줄 알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쩍도 못하고 죽어갔는가? 짐짓 제가 옳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억지를 부려 상대방의 콧대를 꺾어버리는 우리의 약한 본성 안에서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권력이라는 강함 안에 드러난 내면의 허약함을 본다.
 
 
어느 해 겨울, 책의 제자(題字)를 받기 위해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 계신 신영복 선생을 찾아뵌 적이 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쳐드는 단아한 집무실에서 선생께 차를 대접받으면서, 얻고자 했던 글씨보다는 그분의 20여 년의 감옥 생활에 마음이 더 쏠렸다. 선생은 암울했던 기억을 마치 좋은 추억인 듯 떠올리며 말씀하셨다.

작은 창으로 비쳐드는 햇살을 따라 자리를 옮겨가며 햇빛을 맞던 체험을 이야기할 때는 이미 선생의 책을 통해 감옥 생활을 알고 있었지만 또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권력이라는 허상이 그분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지만 선생은 오랜 영어 생활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신영복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다.” 자신의 이기심을 넘어서지 못해 대상을 잘못 판단하게 될 때, 약함은 강함으로 탈바꿈하여 한 사람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은주 수녀(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