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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2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7-12 묵상/ 예수님의 마음으로 환자를 돌본다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2 조회수542 추천수5 반대(0) 신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환자를 돌본다면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마르 3,7-­12)
 
 
 
 
◆나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인데 명성이 높아서 많은 환자가 몰려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암환자를 치료할 때 암 자체만 바라본다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환자들은 암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충격의 연속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불안·우울·두려움 때로는 분노에 아파한다.
 
이런 환자들과 관계를 잘 맺으려면 환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환자가 어디에 사는지(치료를 매일 한 달 넘게 다녀야 하므로 가까운지 확인), 자녀는 몇인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그리고 직업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술이나 담배를 많이 했는지, 살면서 스트레스는 많지 않았는지, 그리고 종교는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 정도면 환자의 주변 환경에 대해 대략 알 수 있다.

 
이 사적인 정보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어서 어떻게 접근할지 또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집이 멀거나 지방이면 병원에서 입원하거나 가까운 협력병원에 입원하도록 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라면 가능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사회사업실을 연결하기도 한다.
암으로 인한 불안이나 우울증이 있으면 정신과 도움을 받도록 하고, 영적으로 지쳐 있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성직자와 연결하거나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래서 초진 환자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방사선 치료만 하면 되지 무슨 호구조사를 꼼꼼히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다음부터는 환자와 아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물론 방사선 치료에 대한 설명과 검사한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설명하다 보니 환자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느덧 초진 환자 뒤에 기다리는 환자들이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진료실 밖 복도에 환자들이 밀려 장사진을 이룬다. 그러나 생각보다 큰 소리도 없고 환자들은 진료 후 나갈 때는 행복해한다. 많이 기다렸지만 자신도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는 9시 이전에 시작해 오후 1시가 넘어 끝났다. 많은 환자를 본 것 같지만 실은 25명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2008년 1월 한 신문사에서 전국의 암환자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 친절한 암전문의를 선정한 바 있는데 전국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내가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무슨 상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나를 평가했다는 데서 무엇보다 큰 상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이창걸(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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