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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5일 연중 제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5 조회수599 추천수8 반대(0) 신고
 
   
 

1월 25일 연중 제3주일 - 마르코 1,14-20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더 넓은 바다로>


    한 며칠 육지로부터 꽤나 떨어진 섬에서 ‘전문직 어부’들과 지낸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조업을 나가기 위해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잔뜩 껴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 출항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안개가 걷히겠지, 했었는데, 웬걸, 하루 종일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선장님은 “오늘은 종쳤네!”하시면서 저보고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배 한쪽 구석 작은 공간에는 싱싱한 생선이 퍼덕이고 있었습니다. 큰 녀석으로 몇 마리 골라서 회를 떴습니다. 불도 피워서 소금을 뿌려가며 생선을 구웠습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됫병들이 소주를 배 밑에서 꺼내오셨습니다. 그날 저는 하루 온종일 취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었습니다. 거기 계셨던 어부들의 주량은 상상을 초월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코끝이 빨갰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는 첫 제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의 그의 동생 요한.


    이 넷은 갈릴래아 호숫가 한 동네에서 고기를 잡으며 먹고 살아가던 어부들이었습니다. 당대 이스라엘에서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의 대명사였던 갈릴래아 지방, 그곳 출신이면서, 당시 지식인층이었던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도 아닌 어부 출신의 네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최측근 제자들, 당신 왕국의 가장 중요한 내각 구성 인물로 갈릴래아 출신 어부들을 선택하신 예수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 소외된 사람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더 눈여겨 볼 일이 있습니다. 그저 고기 잡은 일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던 네 사람이었습니다. 그들 삶의 폭은 너무나 좁았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작은 실개천에 놀던 이런 어부들을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이 큰 바다로 안내하십니다. 더 큰 가치관, 더 의미 있는 삶의 양식에로 그들을 인도하십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나약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죄 많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보잘 것 없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떵떵거리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어깨 힘들어갈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보잘것없는 사람임을 솔직히 인정하게 될 때 신기하게도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아님을 진실하게 고백할 때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십니다. 우리가 별 볼일 없는 사람임을 자각할 때 주님께서 우리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완벽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전지전능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련하기에, 우리가 안쓰럽기에, 우리가 죽어가기에, 우리의 결핍으로 인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끌어안아주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 어떤 질문도 없이 그저 무상으로 우리를 당신 가까이 초대하십니다.


    우리 역시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어떤 질문도 없이 그저 감사하면서, 그저 행복해하면서 하느님의 초대에 성실히 응답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나를 따르라 김정식 (로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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