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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5 조회수790 추천수14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월 25일 연중 제3주일 나해
 
 
 
 "Come, follow me,"
Jesus said,
"and I will make you fishers of men."
(Mk.1.17)
 
 
제1독서 요나 3,1-5.10
제2독서 코린토 1서 7,29-31
복음 마르코 1,14-20
 
 
몇 년 전에 성지순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멋진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성당보다도 성당 앞의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비둘기 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깨에 또는 손바닥 위에 앉기도 하는 비둘기를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광장 한 가운데에 서서 손을 들고 허수아비처럼 서 있었지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어깨에 통증을 느낄 정도까지 되었지만 단 한 마리의 비둘기도 제 곁으로 오지 않더군요.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줄기차게 비둘기들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이것들이 인종차별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비둘기들이 저를 외면하는 이유를 광장에서 무엇인가를 파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새 모이를 팔고 있었지요. 맞습니다. 사람들은 새 모이를 사서는 자기 손바닥 위에 놓았던 것입니다. 즉, 비둘기는 그 사람이 좋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새 모이를 먹기 위해서 그 사람 곁으로 가는 것이었지요.

그때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빈손으로는 비둘기를 제 곁으로 데려올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손만 내밀면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오는 것인 양 착각했던 적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불평을 던지지요. 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냐고, 왜 나는 이렇게 운이 없냐고 말입니다.

입술을 깨물고 가능한 한 오래 버티려고 노력할지라도 손바닥에 새 모이가 없으면 비둘기가 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내어놓는 것이 바로 제1원칙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처음으로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자들의 응답 방법을 우리는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즉, “저를 제자를 쓰시겠다면, 저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되죠? 제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요?” 등등의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물과 배와 가족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곧바로 따라나섭니다.

만약 조건을 내세웠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장식하지도 못했겠지요.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먼저 내어놓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에 나가는 것에 대해 조건을 붙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조건에 앞서서 우리가 행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 나의 모든 것을 봉헌하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필요한 것을 이미 알고 계시는 주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가득 채워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하면서 배운다.(아리스토텔레스)




구두 닦는 철학자(유린, ‘서른한 개의 선물’ 중에서)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종식이 구두 밑창을 갈기 위해 구둣방에 들렀다.

“아저씨, 구두 밑창 갈려고 하는데요. 얼마나 걸리죠?”

“37분쯤 걸리니 7시 50분이면 끝나겠네요.”

구두를 고치는 아저씨의 모습을 지켜보니 신기했다. 우선 모든 기계를 자기 몸에 맞춰 개조해서 쓰고 있었다. 회전 숫돌은 왼발 앞, 쇠 받침대는 오른발 앞 페달을 밟으면 나왔다. 머리 위 끈을 잡아당기면 사포나 접착제가 담긴 통과 펜치가 내려왔다.

“아저씨,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셨어요?”

“일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생겼지요. 내 몸에 맞게 고치는 게 재미도 있고요. 이것도 발명이죠. 알아주지 않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내가 즐겁고 편하면 되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진 않았지만, 아저씨의 말속엔 뭔가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듯 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고 머리를 지휘자처럼 흔들기도 했다.

“클래식 좋아하세요?”

“클래식은 가사가 없어서 좋아요. 곡만 음미할 수 있잖아요. 근데 직장 다니고 있나?” 어느덧 아저씨는 동생에게 대하듯 말을 놓았다.

“네. 작은 여행사에서 일하는데, 죽지 못해 다녀요.”

“죽는 것과 바꿀 정도로 선택했으면 열심히 다녀야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하곤 해. 지금은 이래도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 열심히 할 거라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나.”

“그래도 직장을 옮기고 싶어요.”

“내일 옮기더라도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거든. 자네를 보면서 ‘곧 그만둘 놈’이라고 생각할거야. 동료든 상사든 거래처 직원이든 언젠가 다 자네의 증인이 될 사람들이야. 그러니 마음 고쳐먹어.”

“그게 잘 안 돼요.”

“소풍 가는 것처럼 기분 좋게 일해.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조금 더 받는다고 팔자 고치는 것도 아니잖아. 기껏 나아 봐야 소형차와 중형차 차이겠지.”

아저씨는 어느새 수선한 구두를 내밀었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7시 5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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