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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는 구석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4 조회수698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2주간 토요일 - 믿는 구석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두 자매인데 언니는 그래도 부모를 무서워해서 야단치면 그것이 먹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생은 워낙 당돌해서 부모가 아무리 겁을 줘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아빠가 두 아이를 야단치고 있는데 언니는 울먹울먹하며 반성의 기미가 보였지만 막내는 여전히 눈만 말똥말똥 뜨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아빠는 이번에야말로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는 “이제부턴 너 내 딸 아니니까 어서 고아원가게 엄마한테 입을 옷 달라고 그래.” 하며 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딸은 겁도 안 먹고 엄마에게 가서 옷을 달라고 챙겨 입는 것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여기서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차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아이는 겁도 없이 부모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는 차에 태워 조금 떨어진 놀이터에 아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부턴 네가 알아서 살아!”

그래도 아이는 겁을 먹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는 차를 타고 떠나는 시늉을 했습니다. 몇 미터쯤 가니까 아이가 차로 막 뛰어오는 것입니다. 아빠는 이제 됐다 싶었지만 창문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아빠 아니라고 하는데 왜 따라와?”

아이는 아빠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아저씨, 고아원까지만 태워주시겠어요?” 

부모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아이를 태워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는 사연입니다.

 

저는 이 사연을 들으며 많이 웃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는다고 해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요? 사실은 저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왔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나가라고 한다고 그냥 나간다고 어머니가 더 열이 받으셨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부모님이 나를 버리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두 아이 중 부모를 끝까지 신뢰한 아이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막내가 아니었을까요? 막내가 아주 부모가 싫어 정말 고아원에 가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막내는 부모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어 겁이 없었던 것입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없다면 그런 당당함이 나올 수 없었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떤 집에 들어가시고 그 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예수님과 제자들은 식사할 시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미쳤다고 생각하여 그분을 잡으러 옵니다.

당시엔 지금과 달라 가문의 집결력은 매우 대단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나라의 지도층들에 대항하고 모세의 율법을 고쳐가며 새로운 가르침을 선포한다는 말을 듣고 가문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 예수님을 잡으려 한 것입니다. 가장 믿고 힘을 주어야 할 친척들로부터 예수님은 배척을 받으신 것입니다.

물론 복음에 보면 가문만이 아니라 당신의 동네인 나자렛에서 배척당하고 심지어 재판 받으실 때는 그렇게 믿고 따르던 백성들까지 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함께 해 왔던 제자들도 한 명은 예수님을 배신하고 요한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예수님을 홀로 남겨놓고 모두 도망쳐버립니다.

 

세상에 예수님만큼 큰 사랑을 주신 분도 없고 또 예수님만큼 사랑 때문에 실망하셨어야 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랑은 하시되 실망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아버지와 성모님은 당신을 실망시키시지 않을 것을 굳게 믿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의 힘은 두려움과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또 실망하는 일들을 극복하게 해 줍니다.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아 다시 사랑이나 정을 주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가끔 봅니다. 신자들에게 상처받은 신부님들은 다시 본당 나가기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지 말고 영원히 우리를 실망시키시지 않는 하느님께 먼저 모든 희망을 겁시다. 주님께 거는 이 믿음이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까지도 사랑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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