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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랑의 거리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1 조회수702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2주간 목요일 - 사랑의 거리

 

고려의 칠현(七賢)으로 손꼽히는 이인로의 ‘파한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주락적에 군수로 와 있던 사나이가 임기가 끝나 그곳에서 사랑에 빠진 기생과 이별하게 됩니다. 그 기생이 군수를 너무 사랑했던 터라 오로지 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도록 군수에게 촛불을 주며 자신의 온 몸에 화상을 입히도록 합니다. 또 그 군수도 그녀가 시키는 대로 누구도 그녀를 유혹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립니다.

미국에서 한 때 ‘너무 사랑하는 여인들’이란 제목의 책이 40주간 이상 베스트셀러로 올라있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여인들’이란 ‘너무 사랑 (too much loving) 증후군’을 다루었던 책입니다. ‘너무 사랑 증후군’이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을 너무 불안해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 대상을 잡아두기를 원하는 증세입니다.

알코올 중독증이나 마약 중독증 환자 수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중독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웬만한 도시에는 ‘너무 사랑하는 여인들의 모임’이 없는 도시가 없을 정도라 합니다.

저도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손과 발을 잘라 못 움직이게 하고 집에 가두어놓는 끔찍한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랑병은 결손가정과 혹은 부모가 있더라도 화목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거나 주정이 심하고 노름으로 지새우는 등의 불목한 가정에서 가족애 없이 자란 사람들일수록 더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그 사랑이 모자랐던 사람은 커서 만끽하는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따라서 사랑하면서도 지독한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성경에서는 사랑엔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사랑이라고 하기보다는 집착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사랑과 집착은 거리에서 차이가 납니다. 집착은 두 사람이 꼭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것이고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권위 있는 말씀도 선포하심으로써 사람들이 그 분의 주위로 모여듭니다. 또 옷에 손만 대면 모든 병이 고쳐지는 것을 알고 누구나 예수님을 건들려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예수님은 배를 타시고 그들이 당신께 덮쳐들지 못하게 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예수님도 당신의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거리입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모든 행동은 사랑의 표현들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사랑하면서도 그들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십니다. 사랑을 하지만 사람들 속에 섞이기를 원치 않으시고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시는 것이 위에서 말한 사랑병, 혹은 집착과의 차이점입니다.

 

삼위일체는 있어도 이위일체는 없습니다. 즉, 셋이 하나가 되는 것이지 둘은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남녀 두 사람이 춤을 춘다고 합시다. 그들이 참으로 하나가 되는 춤을 출 수 있을 때는 음악이 있을 때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둘은 각자의 춤을 추다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로 떨어져나가기도 합니다.

예수님과 군중 사이에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그들을 떠나가지 않게 잡아놓고 둘을 하나로 엮어줍니다.

저는 사랑을 생각할 때 항상 기찻길을 생각합니다. 기찻길은 서로 같은 목적지를 지니고 있지만 서로 만나지 않고 평행을 이룹니다. 서로 조금씩 좁아지거나 벌어진다면 그 길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됩니다. 그 기찻길 위에 서서 목적지를 바라보면 사실 둘은 만나지 않지만 멀리 볼수록 둘은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기차가 그 위로 지나가면서 기차를 통하여 둘은 정말 한 몸이 됩니다.

 

어떠한 관계든 같은 하느님을 지향하고 또 성령님을 통해서 하나가 되려하지 않고 단 둘만이 서로 하나가 되려한다면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병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거든 둘만 서로 바라보지 말고 눈을 돌려 함께 가야할 목적지를 바라봅시다. 약간의 거리를 두어서 하느님께서 들어오실 자리를 만들어드립시다. 둘은 하느님을 통해서만이 삼위로 한 몸을 이루고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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