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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1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1-6 묵상/ 마음이 오그라든 환자를 만나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1 조회수512 추천수5 반대(0) 신고
마음이 오그라든 환자를 만나면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마르 3,1-­6)
 
 
 
 
◆한 후두암 환자가 수술 후에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진찰실로 들어섰다. 60대 중반의 남성환자는 힘없는 표정으로 낙심에 차 있었다. 수술로 암은 제거했지만 목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함께 온 딸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아버지가 교회 장로이신데 평소에는 찬양하고 기도를 인도하고 봉사도 열심이던 분이 수술하고 말을 못하게 되자 이제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고 집에만 계세요.” 환자의 오그라든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이 환자에게 말문을 열었다. “목소리가 없어져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기뻐해야할 것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진찰실 밖에 있는 많은 암환자를 생각해 본다면 저분들의 절반 이상은 말기 암으로 사망하게 될 운명에 있는 분들입니다. 아마 돈으로 생명을 산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사려 할 것이고, 1년 아니 6개월이라도 연장할 수 있으면 또 얼마라도 내겠다고 할 만큼 절박한 분들도 있습니다.
 
암이 뼈로 번져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거나 뇌와 척추로 번져 마비증세로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계신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분은 목소리가 없어졌지만 우선 생명을 건졌고 눈으로 볼 수 있고 걸어 다니며, 가고 싶은 곳에 가거나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습니다. 5퍼센트만 부족할 뿐이지 95퍼센트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암에 걸렸다고, 말을 못한다고 집에만 계시지 마세요. 나가서 세상 사람들에게 나 아직 안 죽었다. 목소리는 없어졌지만 그 무서운 암을 이기고 이렇게 살아있다, 그리고 또 다른 암환자들에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세요.”

 
다행히 환자는 6주간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후두로 소리를 내지 못해도 대신 식도를 이용하여 소리를 낼 수도 있고 인공성대장치를 목에 대면 로봇이 내는 듯한 소리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식도발성을 한 환자의 말을 내가 알아들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암환자한테서 암만 치료하는 것은 반쪽짜리 의사다. 그 사람의 마음과 삶의 질까지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료대기가 많은 상황에서도 마음이 오그라든 환자를 만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렇게 하고자 노력한다.
이창걸(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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