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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법치사회에서 가족공동체로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9 조회수862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2주간 화요일 - 법치사회에서 가족공동체로

 

어떤 신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신학생들 사이에서 자꾸 물건이나 돈이 없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하도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경찰에게까지 범인을 잡도록 의뢰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도둑은 신학생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심지어는 지문조사까지 해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외출도 엄중하게 규제되던 때에 네 명의 신학생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밖에서 만두를 먹고 늦게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교수신부님께 걸려서 모두 본보기로 수스펜시오, 즉 1년씩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나머지는 다음 해에 복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만두 하나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들을 양성하는 공동체가 이런 모습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요?

 

법으로 규제되는 사회, 그것은 어찌 보면 안전하고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 비인간적입니다. 가정을 생각해보십시오. 가정에 법이 있어서 몇 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매를 몇 대 맞아야하고 부모에게 말대꾸하면 외출금지가 며칠로 정해져있다면 그런 가정에서 사랑을 느끼며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법으로 통제되는 집단을 ‘사회’라 부르고, 사랑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우리는 ‘가족공동체’라 부릅니다.

 

예수님은 과연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 싶으셨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남의 밀밭 사이를 가며 그 밀 이삭을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본 법치 주의자들, 즉 바리사이들은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라며 예수님께 따집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저지른 죄는 남의 재산에 손을 댄 도둑질과 안식일에 그것을 뜯어먹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안식일 법 두 가지를 동시에 어긴 것입니다. 그런데 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 법만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일까요? 그것은 도둑질보다 안식일법이 더 엄중한 벌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모세 법에 의하면 도둑질을 하면 두 배로 갚아주면 되지만 (탈출 22,6) 안식일 법을 어기면 사형에 처해야 했습니다 (탈출 3,14).

예수님은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하시며 제자들을 옹호합니다. 그들이 가장 위대하게 생각하던 다윗도 모세의 법을 어겼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끝맺으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지 법이 우선이 되면 안 된다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법이 우선시되는 집단은 사랑이 지배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삭막한 사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지향하셨던 공동체는 법을 넘어서는 가족공동체였습니다.

 

우리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주다보면 어쩔 수 없이 주일을 빠진 분들도 고해하러 자주 들어오는 것을 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이 입원하여 간호해야 했기 때문에, 여행 중에 성당을 찾지 못해서 등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오지 못한 것을 왜 고해하느냐고 합니다. 의무감으로 주일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나와서 억지로 앉아있는 것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주일을 빠질 수밖에 없었던 신자를 하느님은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향하여 만드신 공동체는 이렇게 법이 사람보다, 사랑보다 우선하는 그런 집단은 아니었습니다.

 

교회 내에서도 교구와 수도회가 서로 법을 놓고 싸우고 재판을 받고 하는 모습을 봅니다. 법을 이야기한다면 이미 그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원하셨던 공동체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입니다. 법대로 하자고 하면 이미 둘 관계는 막장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신앙공동체 안에서만이라도 법이나 규정을 이야기하지 말고, 사람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족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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