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늘나라 소풍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5 조회수488 추천수8 반대(0) 신고

어제 밤에 일찍 잔 까닭에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1시간 동안 캠핑 갈 준비 마무리를 하고나도 새벽 4시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주일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예습하는 마음으로 이 곳 묵상 방에 와서 여러 사람의 글을 읽고, 그래 오늘도 내가 모실 주님이라는 성전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하였다. 주님의 성전이 모셔질 내 성전이 소중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 여러 분의 말씀도 마음에 새겼다.

달라스 성당에서 오전 미사를 드리고 근처 한국 마켓에서 장을 봐서 오클라호마로 출발할 것이다. 아는 가족들과 함께 가는 것이고 사실 텐트 치는 캠핑이 아니라 숲속의 캐빈을 빌려 놓았기 때문에 짐도 단출하게 가져가면 된다. 이틀 밤 먹고 자고 입을 것만 가져가면 되니까...

많이 설렌다. 달걀 18개를 삶아 4개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밑반찬으로 만드는 장조림에 넣었다. 달걀 4개를 남겨 둔 이유는 우리 네 식구가 4시간 걸려 운전해가는 동안 중간에 간식으로 먹을 것이다.

서울서 지방을 오가며 기차를 타고 다닐 때 기차 안에서 사 먹던 달걀 과 어릴 적 소풍을 가면 엄마께서 빠트리지 않고 챙겨 주시던 달걀과 고운 맛소금 생각이 나서 나도 오늘 달걀 4개는 장조림에 넣지 않고 따로 챙겨 두었다.

소풍을 가기 전날에는 들떠서 잠을 잘 못 이루던 생각도 난다. 어제 밤에 두 아들 녀석들이 자신의 옷이랑 가져갈 물건을 챙겨 넣고 들떠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어릴 적 봄, 가을 소풍을 가기 전에 설레어하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 왔다.

달걀 껍질을 까면서 문득 천상병 시인이 이 세상의 삶이 소풍이라고 고백하며 하늘로 돌아가는 길이 행복하다고 하였던 아름다운 시가 떠올랐다. 나는 거꾸로 이 세상 잘 살다가 하느님 나라에 갈 때도 이렇게 소풍가는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소풍가는 마음이라면 하늘나라 우리 하느님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늘나라로 가신 추기경님 생각도 갑자기 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을 많은 사람도 떠오르고 내가 하늘로 갈 때는 언제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직 내가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때는 아닌 듯하지만 세상은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고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질 지도 모른다. 지난해 겨울에 내가 알았던 샌디에고의 착한 언니와 아이들이 사고로 하루 아침에 저 세상으로 간 일도 그러하고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그렇다고 내가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맞이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내일 내가 하느님 나라에 간다고 해도 기쁜 마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소풍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와 방향이라고 감히 말한다.

내일 아니 오늘 당장 하느님이 부르셔도 '하느님 저 사랑 많이 하고 왔어요' 라고 하느님께 얘기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순간 내 삶에서 미움이 없고 절대 평화와 사랑만이 존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아는 다른 이들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 작년 여름에 73세가 되신 June은 언제나 나와 생각이 잘 통하고 어느 때고 서로를 격려하며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친구다. 미국에서 그분이 없는 삶이란 참 상상하기 싫다. 전화 통화를 하며 몸이 조금씩 쇠약해지시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늦기 전에 그분도 하느님을 믿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분은 교회를 다니시기는 하나 예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신뢰하는 Uniterian Church라는 곳을 다니신다.

항상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시는 모습은 좋으나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실은 안타깝다. 내가 바른 생각을 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하는 모습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하느님이라고 말한다. 그분은 여러 가지 삶과 인간에 대한 세미나와 지식을 통해 습득하는 삶의 지표를 나는 하느님 성령에 의해 알게 됨을 느낀다.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것이 지혜가 더욱 높은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암튼 내가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과 친해지고 사랑하게 되면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혹 나보다 먼저 떠나시면 나는 어쩌나 이런 생각 말이다.

믿는 이들은 이런 걱정이 덜하다. 왜냐하면 천국이라는 아름다운 곳으로 우리 모두 소풍을 가서 만나게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소풍에 조금 늦는 친구도 있을 테고 조금 일찍 가서 좋은 장소에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이 세상에서 준비해 간 김밥, 달걀과 사이다, 각종 과자를 꺼내서 함께 맛있게 나눠 먹을 천상에서의 소풍을 떠올리며 오늘도 신나게 살아야겠다.

오랜 만에 식구들과 또 친구들의 가족과 함께 놀러가니 많이 설레요.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글을 남기고 떠납니다. 행복한 주일 잘 마무리하시고 3일 후에 뵐게요. 글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하늘나라 소풍가서 모두 만나길 희망하며 사랑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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