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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인간의 '영' 이란?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9 조회수70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연중 3주간 금요일 - 인간의 ‘영’이란?

 

신학생 때 본당의 한 자매님이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시면서 저희 신학생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대화 도중에 그 자매님은 이런 어려움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는 특별히 걱정할 것도 없고 돈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고 남편 자녀들도 신앙에 열심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눈물이 나요. 자다가 일어나서 혼자 앉아서 그냥 눈물을 흘릴 때가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는 나름대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영혼은 하느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끊임없이 하느님을 그리워합니다. 그 영혼의 빈 공간을 하느님으로 채우지 않으면 세상 어떤 것도 영혼의 그리움을 만족시켜 줄 수 없어요. 남편도 자녀도 돈도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 존재적인 외로움을 채워줄 수는 없어요. 오직 주님으로 채우지 않는 이상 그런 공허감은 계속 느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렇게 잘 알면서도 저도 그런 공허감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유학 나와서, 아니 그 전부터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조여오고 답답하고 불안해졌습니다.

기도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믿음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가슴의 초조함은 점점 커져만 갔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머리로 아무리 주님과 함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가슴을 달래도 가슴은 들은 척 만 척 했습니다. 성체조배를 아무리 해도 한 두 시간 마음이 편안해 질뿐이지 조금 지나면 다시 마음의 초조함이 급습해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위의 자매님에게 말한 대로 내 마음을 주님으로 채우기 위해서 성체조배하고 성경 읽고 영성서적을 읽고 묵상하며 닥치는 대로 마음을 성령으로 채우려 했습니다.

처음엔 깨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그 마음의 공허함이 다시 급습해 왔지만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초조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 삼,사 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주님께서 저의 믿음을 한 단계 높여주시기 위해 그런 마음의 초조함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밭에 뿌려놓은 씨앗과 같다고 하십니다. 사람은 그것이 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지만 밤낮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저절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어느새 열매를 맺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우리 영 안에서 마치 씨앗과 같이 서서히 자라납니다. 마치 콩나물을 키울 때 매일 물을 주어도 물이 밑으로 다 빠져나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매일 매일의 수분으로 조금씩 자라나는 것처럼 하느님나라도 우리 마음 안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주 조금씩 자라나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누가 저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면, 즉 원인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고 초조하다고 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당신 안에 있는 영이 당신 자신에게 대화를 거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여러분의 전부인, 영과 영혼과 육체를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날까지 흠 없이 지켜주시기를 빕니다.’하신 것처럼 인간은 영과 영혼과 육체로 되어있습니다. 영(마음)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고 하늘나라의 씨앗이 자라는 곳입니다. 영은 이성(영혼)을 뛰어넘기 때문에 이성으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성으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이성으로 아무리 컨트롤하려고 해도 그것보다 높고 깊이 위치해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우리 마음과 양심이 있는 곳입니다. 그 영은 주님의 성령으로 가득 차서 주님의 나라, 즉 평화와 기쁨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육체와 이성이 협조해주지 않기 때문에 목마르다고 자신에게 외치는 소리입니다. 마치 연료 없는 자동차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움직일 수 없어 괴로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콩나물에 물 주듯이 꾸준히 기도하십시오. 언젠가는 그 목마름이 해소되고 꽃과 곡식이 피어나는 생명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나라는 마치 겨자씨처럼 작게 시작하지만 조금씩 커져서 당신 마음에 자리 잡으면 새들이 나무에 깃들이듯이 다른 사람들이 당신께 와서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행복은 세상 어떤 어려움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줄어들지 않고 계속 자라기만 하는 그 영원한 행복, 그것을 위해서는 절대적 믿음으로 꾸준히 기도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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