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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열매" - 6.22, 이 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6-22 조회수48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1.6.22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창세15,1-12.17-18 마태7,15-20

 

 

 

 

 

"삶과 열매"

 

 

 

삶이 좋아야 삶의 열매도 좋습니다.

충실한 삶에 좋은 열매입니다.

 

언젠가 제가 어느 신뢰하는 수녀님에 대한

후배 수사님의 표현을 잊지 못합니다.

 

“그 수녀님 꽉 찬 분 같습니다.”

 

‘속이 꽉 찬 것 같다’ 그대로 잘 익은 열매를 상징합니다.

가끔 이런 꽉 찬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꽉 차는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열매’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열매 실(實)’자가 들어가는 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진실, 성실, 건실, 충실, 착실, 내실 모두 안팎이 같은

신뢰감을 갖게 하는 모습의 단어들입니다.

이런 단어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모두의 사랑과 신뢰, 존경을 받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열매는,

또 죽을 때 우리가 하느님 앞에 갖고 갈 수 있는 궁극의 열매는 무엇일까요?

믿음의 열매, 사랑의 열매, 희망의 열매입니다.

이 밖에 가지고 갈 수 있는 열매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얼마 전 침샘 암 투병 중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란 소설을 쓴

작가 최인호 베드로 형제의 인터뷰 기사 중

다음 대목이 화두처럼 남아있습니다.

 

“암은 지금껏 내가 알던 모든 지식과 감각, 믿어왔던 하느님과

  진리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학문이 실은 거짓이며 우상이며 환상이며

  존재하지도 않은 헛꽃임을 깨우쳐 주었다.”

 

참으로 진솔한 고백입니다.

죽음 앞에서 환상이 모두 사라졌을 때,

직면하는 무(無)의 현실을 말해줍니다.

 

그 동안의 믿음이, 사랑이, 희망이 검증되는 죽음을 앞 둔 시련의 과정이요

 누구도 여기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하여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사막교부들의 말씀입니다.

 

평상시 주님과의 사랑의 관계, 믿음의 관계, 희망의 관계를 깊이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하여 매일 평생 끊임없이 주님께 사랑과 믿음을 고백하는

시편 성무일도가 그리도 좋습니다.

 

“주님을 찬양하라.

  내 영혼아, 한평생 주님을 찬미하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좋은 삶의 나무로 만들어주고

여기서 주렁주렁 열리는 믿음, 사랑, 희망의 열매들이며

마지막 가을 죽음의 계절에 하느님은 이 열매들을 수확하십니다.

 

저절로 좋은 열매가 아닙니다.

배 농사의 경우만 봐도 확실히 들어나는 진리입니다.

하늘의 은총과 땅에서 사람의 노력이 하나 되었을 때 좋은 배 열매들이듯

우리 인생의 열매도 그러합니다.

 

하여 '기도하고 일하라’는 분도회의 모토가 그리도 좋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고 일하며 인생 사계절에 충실할 때

인생 가을에 충실한 열매들입니다.

 

인생 사계절로 치면 우리는 지금 어느 시점에 와있는지요.

과연 우리 삶의 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요.

 

배 밭의 배나무 열매들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진리입니다.

인생 봄, 여름, 계절 다 탕진하여 때를 놓치면

좋은 열매를 내기는 참 어려울 것입니다.

배 농사는 수확 때 까지 방심하면 안 되듯이

우리의 삶 역시 마지막 죽음의 수확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꽃이 좋고, 이파리 무성해도

가을의 수확 때에 열매 부실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깨달아 시작하면 늦지 않습니다.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은총도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다시 겸손히 기도하고 일하며 시작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열매로 하면

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을 당해 낼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그대로 기도의 사람이자 믿음의 사람입니다.

환시 중에 주님과 기도의 대화를 나눕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에 아브람의 솔직한 대답입니다.

 

“주 하느님,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저를 보십시오.

  당신께서 자식을 주지 않으셔서,

  제 집의 종이 저를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계속 다정히 펼쳐지는 두 분의 대화입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참 평화롭고 편안한 목가적 분위기 속에 대화의 기도입니다.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는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습니다.

바로 아브람의 이 믿음이 그를 좋은 사람 나무로 만들었고

좋은 믿음 열매 풍성한 인생을 살게 했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 삶의 나무에 알맞은 은총의 거름을 주시고

우리 삶의 나무와 열매를 점검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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