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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5 침묵의 소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17 조회수488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8. 사목 현장에서 만난 주님

05 침묵의 소리
교회 안에는 예로부터 "백성의 소리가 하느님의 소 리."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든 가, 전 세계가 4, 50년 이상 같은 목소리로 얘기한다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라는 것이겠지요. 사목자가 올바른 사목을 위해 본당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2000년 9월 동래 성당에 부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현장에서 일 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었습니다. 전직 회 장 예닐곱 분과 현재 봉사하는 임원 그리고 각 신심 단체의 책임자들 한 분 한 분과 만나서 30분 이상 대화를 했습니다. 동래 성당 50년 역사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동안, - 가장 기쁘고 은혜로운 때는 언제였는가? - 가장 슬프고 힘든 때는 언제였으며 그 원인은? - 지금 현재는 이 공동체가 어떤 상태라고 진단하는가? - 앞으로 이 공동체를 위해서 희망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요지의 설문을 가지고 의견을 물었더니 예상 외로 성실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아주 기쁘고 반갑게 응답해주었습니다. 보좌신부, 본당 수녀님까지 참여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한 주간 동안 3, 40분의 얘기 내용을 정리하고 보니 그 안에 아주 큰 메시지가 흐르고 있었습 니다. 그리고 적어도 1년 동안은 그분들이 원했던 공통분모, 공감대를 형 성하고 있었던 영적인 문제나 관리 문제, 인사 문제, 재정 문제를 공 통된 의견에 따라서 했더니 많은 협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의견 을 완전히 접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렇게 사목했는데 본당이 부흥 되지 않고 쇄신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 큰 소득은 한 달 만에 이 공동체의 지난 20년, 30년 발자취를 어 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과거를 알고 공동체를 위한 계 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래야 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생명이 되는 말씀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했던 분들을 인정해준다는 것도 좋은 인간관계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본당 공동체의 나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매 우 중요합니다. 연로하신 분들은 대개 사심이 없고 개인적인 욕심이 별로 없습니다. 또 어린이들, 주일학교 학생들이 무심코 던지는 단순 한 얘기들이 본당 발전을 위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종종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식이 있고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 왕성한 사회 활 동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 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나는 본당 내에서 활동 경력이 많은 사람들, 사회적 지위 가 있는 사람들, 돈이 있다는 사람들, 성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사람 들, 그런 사람들의 말을 본당 전체의 의견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말하지 않는 계층의 사람들, 공동체가 잘못될 때 마음 아파하며 기 도를 열심히 하면서도 마음을 상할 수 있는 말들을 아끼는 침묵하는 사람들의 소리와 본당의 리더들의 소리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996년 서대신 성당에 부임한 지 6개월이 됐을 때 '지속적인 성체 조배'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배실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배실을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소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교우 가운데서 350여 명이 회원 등록을 했습니다. 기도 모임에 앞장설 것이라 믿었던 전직 회장을 비 롯한 임원들 가운데 신청한 분은 한두 분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동안의 사목 활동 대상이 잘못됐음을 알았습니다. 본당 사 목자로서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에 끌려 진정 사목할 대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말없이 기도하면서, 어떤 불만과 불평 도 참고 수용하면서 살아가는 교회 안의 침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성공적인 사목 활동이라고 생각했습 니다. 그것이 사목자의 올바른 자세이며,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이 하 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지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 교회사 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톨릭을 비난하는 바깥의 소리에도 10%의 진리가 있었습니다. 악 의와 오해에 찬 비난 때문에 10%의 옳은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 습니다. 그 10%의 소리를 우리가 주님의 소리로 알고 실천했더라면 오늘의 가톨릭은 다른 모습으로 많이 발전했을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는다면 작은 목소리, 침묵하는 소 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하느님의 뜻을 알게 해주 고 그 뜻을 실행할 용기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가 리는 큰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작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 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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