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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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의는 남을 편하게 해 주는 것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9 조회수488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내 눈물로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나는 귀여운 막내아들이었고 사랑하는 연민이었으며 존경하는 신부님이었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리운 사랑. 예의는 남을 편하게 해 주는 것

나는 부모님을 뵈러 갈 때는 미리 연락을 하고 가기 도 하지만, 갑자기 시간이 나면 불쑥 찾아갈 때도 있다. 한 번은 예 정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집에 전화도 없이 간 적이 있는데, 그날 집 에는 아무도 안 계셨다. 나는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서 동네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시장에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뜻밖에도 내가 마루에 앉아 있자 깜짝 놀라셨다. "아니! 신부님이 온단 말도 없이 웬일이지?" 어머니는 놀라면서도 몹시 반가운 표정이었다. 예정된 방문보다 는 깜짝 방문이 훨씬 더 반가운 법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어머니의 옷차림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평소에도 멋을 부리시는 편은 아니지 만 대체로 깔끔하게 입고 다니셨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의아해서 여 쭤 보았다. "어디 다녀오세요?" "장날이라서 장에 갔다 오는 거지. 그런데 왜?" "어머니 옷차림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아니긴 뭐가 아냐?"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셨지만 아들 눈에 비친 당신 옷차림이 좀 아니긴 아니다 싶었는지, 이내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다. "어디 또 가시려고요?" "응. 고모님댁에 다녀오려고 그런다. 잠깐이면 되니까 기다리다 가 저녁 먹고 가거라." 어머니의 고모님댁은 바로 옆 동네였다. "그런데 고모님댁에 가시는데 새 옷은 왜요?" 내가 궁금해하며 바라보자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옷차림을 단정하고 깨끗하게 해야 예의지만, 시장에 가면 내가 모르는 사람들뿐인데 멋지게 입고 갈 이유가 뭐가 있겠어."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긴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허물없는 친척들 이나 잘 아는 사람을 만날 때는 옷차림에 신경을 안 쓰고, 오히려 모 르는 남 앞에서는 잘 차려입는 경우가 더 많다. 어머니의 경우는 이 웃 고모님댁에 가면서 시장 옷차림을 하지 않고 단정하게 예의를 갖 추는 법을 이미 알고 계셨다. 어느 주일에 교중미사가 끝나고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을 배웅하 며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자매님이 슬리퍼를 신은 채 급히 뛰어나 왔다. 나는 슬리퍼 차림의 자매님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니 자매님, 무슨 일이 그리 바빠서 미사가 끝나자마자 급히 뛰 어가시나요?" 그랬더니 그 자매가 하는 말. "얼른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예식장 가려고요." 그 자매님은 예식장에는 잘 차려입고 가야 하지만 성당에는 동네 시장 콩나물 사러 가듯 슬리퍼 차림으로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옷차림은 내 마음가짐의 외양적 표양이라고 한다. 그렇다 면 시장 갈 때의 마음가짐과 하느님께 미사를 드리는 마음가짐과 옷 차림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는 개인의 인격적 판단에 달려 있다 고 하겠다. 나는 로마 외교관 학교에서 복장 예의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우 리는 누구를 만나거나 어느 집을 방문할 때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 는 옷을 입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다. 예를 들면 손님을 집에 초대한 경우에 집에 오신 손님이 예의를 갖춰 옷을 잘 입고 왔으면 주인도 그에 맞게 예의를 갖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손님을 초대해 놓고 정장차림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데 초대받은 손님이 캐주얼 차림으로 왔다면, 나도 즉시 그가 편하 도록 비슷한 복장으로 빨리 바꾸어 입는 것이 예의다. 손님이 캐주 얼로 왔는데 주인이 계속 정장을 입고 있으면 손님은 무척 불편하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의는 남을 편하게 해 주는 것'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아들이 외교관 학교를 다니기 훨씬 전에 이미 그 학교에서 복장에 대한 예의를 배운 것처럼 행동하셨다. 그래서 어머니가 외국 어만 배웠다면 훌륭한 외교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남에 대한 예의를 갖 춘다거나 올바른 인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야 만 길러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머니처럼 학교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어도 자신이 지켜야 할 도리나 남에 대한 예의와 바른 품성 을 스스로 터득해서 평생 지켜오는 분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타고 나는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머니의 옷차림에 관해 특별히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는 어 머니처럼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여 덕성을 갖출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옷뿐만 아니라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삶의 자세를 갖고 계신 어머니 가 늘 경이롭기만 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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