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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8일 성 토마스 데 아퀴노 사제 학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8 조회수826 추천수12 반대(0) 신고
 
   
 

1월 28일 성 토마스 데 아퀴노 사제 학자 기념일-마르코 4장 1-20절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끝까지 희망하기>


    일천한 경험이지만 작게나마 농사를 지어보니 오늘 복음-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이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풍성한 결실, 그거 그냥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마치 어린 자식 키우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매일 신경 써줘야 하고, 매일 들여다봐주고, 매일 뭔가 해줘야 합니다.


    풍성한 결실을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더군요. 품질 좋은 씨앗이나 튼튼한 모종, 정말 중요합니다. 적절한 수분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일조량 역시 성공적인 농사의 관건입니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바처럼 ‘좋은 땅’입니다.


    좋은 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이나 생각만으로 절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절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농부들이 좋은 땅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이른 봄이 되면 농부들은 밭으로 나가 겨우내 굳은 땅을 완전히 한번 뒤집습니다. 돌이나 잡동사니들을 골라냅니다. 정성껏 마련한 퇴비를 골고루 뿌려줍니다. 다시 한 번 흙을 갈아주면서 부드럽게 만듭니다. 각이나 간격을 잘 맞춰 이랑을 만듭니다. 요즘은 왕성한 잡초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비닐을 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농부는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제대로 된 땅에서 자라난 농작물, 농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 자라난 농작물의 결과는 100이면 100 정확합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입니다.


    물기가 하나도 없어 쩍쩍 갈라진 논에서 탐스런 벼이삭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메마른 자갈밭에서 대견스런 고추나 오이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잡초가 허리까지 와 닿는 밭에서 풍성한 결실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얌체같은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각자는 밭입니다. 매일 적당한 수분을 제공해야 합니다. 매일 달려드는 잡초를 뽑아줘야 합니다. 병충해는 없는지, 열매의 색깔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 매일 들여다봐줘야 합니다.


    매일 가꿔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각자인 것입니다.


    이미 우리 각자의 밭에 하느님의 씨앗들이 뿌려졌습니다. 우리 안에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내면에 이미 예수 그리스도가 씨앗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의 태도입니다. 농사란 것 하루나 이틀 만에 결정되는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그래서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오늘 힘들어도 언젠가 반드시 풍성한 결실을 맺으리라는 희망이 중요합니다.


    이토록 큰 좌절과 실망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얻기 때문입니다.”(로마 8장 24절 참조)


    애초부터 좋은 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아무리 좋은 옥토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즉시 불모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나 자신에 대한 매일의 관리, 나 자신에 대한 매 순간의 쇄신작업, 끊임없는 보살핌, 기꺼이 땀 흘리기, 끝까지 희망하기, 이런 노력들이 ‘좋은 땅’으로 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국악성가 55-2 / 기도의 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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