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가족을 그리며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8 조회수432 추천수5 반대(0) 신고

어제 아침부터 보슬 보슬 내리던 비가 저녁이 되면서 기온이 점점 떨어지더니 땅에 내려 앉은 비가 얼음으로 변해갑니다.

새벽부터 애들 학교가 오늘 문을 닫는지 아닌지 뉴스에서 확인하느라 날씨 채널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여기보다 조금 북쪽의 학교들은 모두 오늘 문을 닫고 저희가 사는 곳은 정상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겨울동안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손에 꼽습니다. 행여 눈이 오는 날은 당연히 학교 문 닫고 오늘처럼 바닥에 살얼음 조금만 끼여도 학교 안갑니다. 왜냐하면 차나 사람들이 눈과 얼음의 겨울에 준비가 안되어 혹 사고 날까봐 아님 애들이 너무 추울까봐 그냥 문을 닫아 버리는 거죠. 공부는 뒷전입니다...ㅎㅎ...우습지요?

아이들이 혹시나 학교에 가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오늘 눈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 눈이 오면 좋겠다, 눈이 와서 친구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으면 좋겠다' 하면서 재잘 재잘 끊임없이 눈 얘기만 하다 갔습니다.

눈이 오길 저도 기대해 봅니다. 눈이 오면 눈썰매를 탈 언덕도 이미 물색해 놓았습니다. 지난번 잔디 썰매 탄 곳 말이죠.

날씨가 많이 추워 '오늘 미사를 빼먹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 갔지만 그보다 주님을 제 몸에 모시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아침 미사를 다녀 왔습니다.

소성당에서 적은 수의 사람이 함께 드리는 미사이지만 저는 화요일 미사를 참 좋아해요. 모든 사람이 평화의 인사를 함께 나눌 수 있거든요. 오늘 수녀님이 저의 손을 잡고 평화의 인사를 하시며 ' 너의 손은 참 따뜻하다' 고 해 주셨어요. 원래 제 손은 차갑기도 했다 따뜻하기도 했다 하지만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더 따뜻해지나 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주님께서 차갑게 말씀하시죠? 누가 내 어머니이고 누가 나의 형제냐고? 조금은 매정하게 보이는 예수님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예수님의 그 말씀이 저처럼 이곳에서 사는 사람에겐 아주 큰 희망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부모님을 떠나 와서 타국에서 살고 있는 저희같은 사람은 고향에 있는 내 가족이 그리운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화를 드리고 안부를 전하지만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삶의 속속들이 얘기하지 못하니 그리움은 늘 마음 한구석에 묻어 놓고 사는 거지요.

그런데 주님께서 하신 한 믿음안에 형제 자매가 되고 영적인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이 말씀으로 저는 이곳에서 희망차게 살 수 있어요. 교회 공동체안에서 만나는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고 내가 만나는 이곳의 사람들 또한 나의 친척과 마찬가지로 저에겐 소중한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안에 가족과 친척인 사람들과는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서로 마음을 열기만 하면요.

설날을 맞아 한국에 계신 부모님, 형제 자매와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이번 여름에 아이들과 한국에 갈 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니 모든 분들이 환영하는 거예요. 햇수로 6년이 넘었네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한번 다녀 오고 싶습니다. 전화에 대고 '영미야~ 여기 와서 쓸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비행기 타고 오기만 해라, 형수~ 애들은 제가 책임질께요, 새언니~ 월급 많이 줄테니 와서 함께 일해요 등' 의 말로 저를 기쁘게 합니다.

이번 여름 전까지 열심히 저축해서 비행기표 사서 가족과 친구들 보러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꿈과 희망을 가지니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몰라요. 그리고 혈연으로 맺은 가족도 제겐 소중하지만 이곳에서 함께 주님안에서 영적으로 한가족이며 신앙을 나누는 분들은 더욱 소중합니다. 그래서 꼭 찾아 뵐 거예요. 기대하세요. 로사가 갈 겁니다...ㅎㅎ...

이렇게 육적인, 영적인 가족 모두를 만날 기대를 하고 사는 오늘이 행복합니다.

주님을 직접 만날 일은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일 겁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나 주님을 만날 희망으로 사는 오늘이 더 행복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오늘은 253번째 모짜르트 생일이라 라디오 클래식 채널에선 하루 종일 모짜르트 음악을 틀어 줍니다. 비오는 겨울날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오늘도 주님안에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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