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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신분을 얻는 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7 조회수525 추천수4 반대(0) 신고
 
 

새 신분을 얻는 길 - 윤경재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르 3,31-35)

 

 예수님의 참가족은 누구인가? 이 대목은 세 공관복음서에 모두 나옵니다. 먼 길을 찾아와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 하는 어머니와 형제를 놔두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가족들과 만나기 전에 제자들에게 당신의 행동지침을 본보기로 내려준 것입니다. 우리가 얼핏 듣기에 상당히 거북합니다. 그러나 정황으로 보아 말씀과 달리 실제로는 찾아온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대화가 원활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거고, 어쩌면 서로에게 상처로 남았을 것입니다.

  요한복음서 3장 니코데모와 이야기 나누시는 장면을 읽으면 참가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집니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라는 니코데모의 어리둥절한 질문에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 라고 재탄생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이 어머니의 태에서 태어났더라도 위로부터 즉, 물과 성령으로 다시 한 번 태어나야만 하느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두 번째 탄생이 더 궁극적이고 귀하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탄생은 성령이란 태를 통해서 이루어지니 성령이 모친이고, 성령으로 난 이들은 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모든 탄생에는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아픔을 겪습니다. 두 번째 탄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친이신 성령님도 또 우리도 아픔을 겪을 것입니다. 성령님은 아드님의 세례 때에 온전한 하늘을 찢는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또 그 성자를 수술대에 올려 칼에 찔리는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선무당 같은 執刀醫에게 수술 칼을 맡기는 모험을 감행하셨습니다.

  탄생하는 아이가 겪는 아픔은 좁은 산도를 통과하는 것과 그동안 의지하던 탯줄을 끊어야 하는 단절입니다. 그러나 막상 아픔을 통과하여 탄생하고 나면 경이로움을 만끽할 것이며 자신을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탄생의 아픔을 견뎌내면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 7,14)라는 찬사를 들을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지금의 세속적인 모습으로는 어림없습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하려는 결단과 실행을 통해서 새로운 신분을 얻어야 가능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해야 새 신분을 얻습니다. 지금까지 익혀온 습관과 관행을 버리고 새 자아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산고를 이겨내면 그 자신은 주님과 한 형제·자매가 됩니다.

  첫 탄생에서 맺은 누구의 자손, 누구의 형제라는 신분증으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이 세상에서조차 그 신분증을 써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못난이라고 부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 신분증에 매달려 결국 자신을 망치고 이웃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판단하나, 타인은 그가 무엇을 이루었느냐로 평가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시는 분입니다. 무수한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상히 여기시고, 회개를 어여삐 여기시는 분입니다. 그 용기와 회개는 자신이 부족하지만, 아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었다는 자각을 통해서만 얻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자격이 모자라는 우리가 주님의 형제·자매로 받아들여졌다는 선언이며 구원희망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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