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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3 조회수836 추천수15 반대(0) 신고
 
   
 

1월 23일 연중 제2주간 금요일 - 마르코 3,13-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희망의 주님>


    산을 좋아하는 아주 좋아하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한해의 마지막 순간과 새해의 첫 순간을 산꼭대기에서 보냅니다. 살을 에는 추위도 상관없습니다. 어둠을 뚫고 기를 쓰고 올라갑니다. 뿐만 아닙니다. 뭔가 일이 꼬이면 산을 찾습니다.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겨도 산을 오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산을 향합니다.


    신기한 것은 산만 갔다 오면 언제 그랬냐는 얼굴입니다. 말짱한 모습으로, 명랑한 모습으로 다시 산뜻하게 일과로 복귀합니다.


    저도 가끔씩 산에 오르는데,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산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인간에게 선사합니다. 우리를 치유시킵니다. 우리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줍니다. 우리에게 다시금 힘차게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건네줍니다. 강한 자연치유력을 선물로 줍니다.


    언젠가 산 정상에서 하루를 지냈는데, 자정 무렵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세상에, 하늘이 그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밤하늘은 해가 없기에 그저 어두컴컴한 하늘, ‘별 볼 일없는’ 하늘로 알았는데, 매 순간 별빛의 축제가 계속되는 황홀한 하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녘 구름바다 사이를 뚫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신비스런 색조의 태양에 만물이 제 색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묘한 하느님 창조의 손길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 깊숙이 다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일어났습니다. 좀 더 넓게 생각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기쁘게,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가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산으로 오르십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수님께서도 힘드실 때 마다 산으로 가신 것 같습니다. 참 하느님이시면서도 참 인간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수난의 고통, 빤히 예견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 너무나 괴로우셨던 예수님, 산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때로 밀물처럼 밀려드는 구름 같은 백성들로 인해 피곤을 느끼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끝도 없는 그들의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하셨던 예수님,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오늘 역시 아주 중요한 일, 당신 사업의 최측근 협조자, 사도단을 선발하시기 전, 심사숙고 하시러 산으로 향하셨습니다.


    열렬한 기도 끝에 예수님께서는 친히 ‘인사이동’ 명단을 발표하십니다.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시몬,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심사숙고와 오랜 기도 끝에 선발된 제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는 ‘안심’ ‘편안함’ ‘희망’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처럼 부족한 사람들, 우리처럼 나약한 사람들, 우리처럼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늘 우리에게 듬뿍듬뿍 희망만 선물로 안겨주시는 희망의 주님이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403번 / 가난한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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