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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죽이는 것이 옳으냐?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0 조회수82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2주간 수요일 - 죽이는 것이 옳으냐?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보니 두 가지 씁쓸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재판을 받던 한 고등학생이 합의금과 신변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경찰조사결과 이 학생은 2007년 인터넷 리니지 게임을 하던 중 상대 게이머인 서울의 김모 변호사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다 천만원 정도의 합의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학생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민하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중 5명이 사망하고 경찰과 철거민 20여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입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화염병 등을 만들기 위해 건물 안에 두었던 시너에 불이 붙으면서 경찰과 철거민들이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그 전날 이미 옥상에 시너통 70여병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그 전날부터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 예견되어 있으면서도 진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yworld 뉴스)

 

누구나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아파오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변호사가 더 잘못했다, 혹은 공권력이 더 잘못했다고만은 하지 않습니다. 학생도 어른에게 욕을 했으니 잘못이 있고 무력시위를 한 시민들도 작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욕을 하는 것도 잘못이고 무력으로 시위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그러나 더 큰 잘못은 변호사에게 욕을 했다는 것과 공권력에 저항했다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바위이고 약한 자들은 계란에 불과합니다.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어리석은 행위를 한 것이 더 큰 잘못일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나라의 법과 권력에 순종해야 한다고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나 자기를 지배하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의 모든 권위는 다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거역하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을 거스르는 자가 되고 거스르는 사람들은 심판을 받게 됩니다.” (로마 13,1-2)

아마 이들은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기에 그런 심판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악법도 법이다.’ 하며 스스로 독극물을 마신 소크라테스가 그래서 더 위대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춘기 학생이 욕을 한 번 한 것이 법적으로 따져 천만원에 해당한다면 그것 때문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아픔은 과연 얼마나 되고 누가 보상해 주어야 할까요? 그것이 과연 평생 법을 공부한 사람의 정의일까요?

또 당장 집을 잃고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화염병을 준비했던 것이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큰 죄였을까요? 누가 경찰 특공대에게 부모님과 같은 분들을 강제진압하게 만들고 또 그들이 던지는 벽돌에 상처를 입도록 만들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예수님은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기 위해서 그 분이 병을 고쳐주시는지 안 고쳐주시는지, 즉 안식일을 지키는지 안지키는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일을 하든, 남을 해치는 일을 하든, 목숨을 구하든, 죽이든 관심도 없고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안식일 법을 지키는 것보다는, 그래서 세상에서 살아남기 보다는 그 법을 어기면서도 사람을 살리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길을 택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은 죽음의 길로 가시게 된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사실 예수님은 참 사랑의 정신을 잃은 법을 바로잡으려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계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완전할 수 없습니다. 법이 참 의미를 잃고 특권층만을 보호하는 것이 되어버렸다면 그 특권을 누리는 이들은 참 정신보다는 법을 더 중요시하게 되어 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이 때 사람을 살리고 법대로 처리되어 죽는 쪽을 택해야 할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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