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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9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9 조회수906 추천수20 반대(0) 신고
 
   
 
 

1월 9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 루카 5,12-16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수녀님들의 종신서원식에 갔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종신서원을 발하는 수녀님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덩달아 저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청춘인 ‘싱싱한’ 수녀님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분들이 앞으로 감내해야할 봉헌생활에 따른 수많은 십자가들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세상을 거슬러, 청춘을 거슬러 살아가는 수녀님들의 삶이지만,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그 누구도 아닌 그리스도로 인해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이길 기도했습니다.


   존경하는 몬시뇰님의 강론말씀은 어찌 그리도 제 가슴을 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이 시대 수도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순명의 어려움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순명하는 수도자가 되십시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평신도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도 많습니다. 순명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그 어떤 분야에 앞서 사랑의 전문가, 사랑의 전달자로 살아주십시오. 사랑을 간직하고, 사랑을 보여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수도자가 되십시오.”


   종신서원식 내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많이 가슴을 쳤습니다. 다시 한 번 하느님 앞에 개인적으로 서원을 갱신했습니다. 나름대로 몇 가지 결심도 다졌습니다.


   “스테파노! 자네는 무엇 하러 수도원에 왔는가? 자네 한 몸 잘 챙기려고? 삼시새끼 자동으로 밥이 나오니까? 그럴 듯 해보이니까? 자네 한 몸 구원받기 위해서 수도원에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게 뭔가? 그 물에 물탄 듯 미지근한 생활은 어찌된 일인가? 아직도 팔팔한 놈이 세상 다 산 듯 흐느적거리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똑같은 악습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금 일어서자. 올 한해 어떻게 해서든 세상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자. 무슨 수를 써서든 세상에 지친 가난한 이웃들의 나날을 조금이나마 밝혀주는 등불이 되자. 위로의 손길이 되자. 희망이 되자. 기쁨이 되자!”


   오늘 복음에서 온몸이 나병으로 문드러진 사람 하나가 예수님께 간절히 치유를 청합니다. ‘온몸이 나병으로 문드러진’이란 표현을 통해 이 환자는 나병이 이미 진행될 대로 진행된 중증환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썩어 떨어져나가는 자신의 마디마디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던 환자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멀찍이 피해갈 만큼 병세가 악화일로에 있던 나병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은 민간요법을 다써보고, 굿까지 해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절망뿐이었던 나병환자는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예수님을 찾아갑니다. 예수님 앞 철퍼덕 엎드립니다.


   연민 가득한 예수님의 얼굴을 마주 대하니 너무도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겠지요. 자비로운 주님 시선에 힘을 얻은 환자는 ‘바로 이 분이구나!’하는 확신을 가지고 간곡히 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기도는 바로 이 치유의 은총을 입은 나병환자의 간곡한 기도, 열렬한 기도, 확신에 찬 기도입니다.


   꼭 나아서 보란 듯이 한번 새 삶을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반드시 살아서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내 온몸으로 외치겠다는 간절한 기도는 하늘마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 저를 이 나태함이란 중병에서 건져주십시오. 주님 저를 이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함, 우유부단함에서 일어서도록 고쳐주십시오. 주님 죽을 때 까지 계속될 것만 같은 이 악습에서 저를 빼내주십시오. 주님 제 뿌리 깊은 이 영혼의 상처를 당신 사랑의 손길로 고쳐주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62번 /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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