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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는 우리의 몫입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9 조회수647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제는 우리의 몫입니다 - 윤경재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루카 5,12-16)

 

 나병은 현대에도 제3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할 만큼 치료가 쉽지 않은 피부병입니다. 박테리아로 전염되기에 저항력이 낮은 사람이 환자와 오랫동안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잠복기가 길어서 언제 감염되었는지 잘 모르고 지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병에 걸리면 격리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피부와 말초신경에 침입하여 감각을 못 느끼게 만들어 결국 조직이 괴사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얼굴과 사지가 뭉개져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와 혐오감을 주어 천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성서시대에는 나병이나 잘 낫지 않는 피부병에 걸리면 진지 밖에서 쫓겨나 혼자 살아야했습니다.(레위기13장) 가장이 병에 들면 결국 자신과 온 가족을 몰락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병 자체가 주는 고통도 크지만 사회에서 버림받았다는 고통이 더 컸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 걸린 사람의 절실한 심정이 배어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질병이 하느님께도 버림을 받은 것이라는 절망감이 배어나옵니다.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구절이 그것을 나타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작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환자들을 치료하실 때 종종 여러 가지 보충 말씀을 하십니다. “네 믿음이 낫게 하였다.” “네 죄를 용서받았다.” 등등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와 더불어 예물을 바치고 그들에게 증거가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질병의 치유와 소외된 관계까지 올바르게 잡아주셨습니다. 또 그 스스로 어떤 증거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단순히 병이 나았으니 이제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이 바야흐로 실현되고 있으며 사람이 병들었다는 핑계로 공동체에서 내칠 것이 아니라 한 일원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의 증거가 되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오실 분’인지 묻는 세례자 요한의 질문에 답하시는 루카 7,22절에서 입증됩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그런데 눈을 세상으로 돌려보면 아직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비참한 전쟁은 계속되고 병들고 소외당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주님께서는 이런 비극을 보고만 계신지, 하고자 하시면 다 올바로 잡아 주실 수 있을 텐데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정말 묵상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짐작되는 한 가지 사실은 그 몫이 우리에게 남겨졌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여 놀라운 기적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이 병에 걸렸다고 가난하다고 죄를 지었다고 소외시킬 것이 아니라 모두 품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그 일이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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