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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번은 하느님을 절절하게 사랑해봤으면.......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18 조회수1,051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제 잠시 신부님의 메일 때문에 죽음에 대한 글을 생각하며 글을 하나 올린 후 퇴근을 하면서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이 한 번 이 세상을 살다가 다음에 하늘나라 갈 텐데 갈 때 가더라도 한 번은 정말 하느님을 단 1년만이라도 절절히 사랑하고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처음에 영세를 받고 어떤 누나를 짝사랑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연을 언제 한번 올렸는데 제가 그만 글을 내렸습니다.

 

혹시라도 만약 그 누나가 그 글을 보게 된다면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글을 내렸습니다. 근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하나의 아픈 상처일 수도 있지만 이걸로 인해서 제가 알게 모르게 아픈 만큼 좀 더 성숙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나간 이 일로 인해서 그때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나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감성이 제 마음에서 꿈틀거리기를 고대하면서 지나간 가슴 아픈 추억을 되살려보려고 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은 누구나 짝사랑한 경험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지나간 일이지만 우스갯소리로 정말 짝사랑은 두 번 다시는 할 게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만약 두 사람을 동시에 짝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사람 죽이는 일일 겁니다. 그만큼 짝사랑은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겁니다.

 

만약 누나가 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보게 된다면 다 지나간 일이니 그냥 하나의 추억으로 나를 너무나도 좋아해준 형제가 있었다는 사실로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처음에 영세를 받기 위해 저는 예비자 교육을 거의 한 달 보름 정도를 남기고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한 달 반 만에 영세를 받았던 것입니다. 교리를 받기 시작한 날로부터 평일 미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주일미사뿐만 아니라 신부님께서 권유해주신 책도 읽고 해서 영세를 받았습니다.

 

제가 영세를 받으려고 할 때 당시에 복음화분과장을 맡은 분이 바로 제가 짝사랑했던 누나였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가정을 가지고 있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제가 여자를 보는 눈이 없는지 나이가 어쩌면 많이 차이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우연히 나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띠동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는 상당히 동안이시구나 이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우연히 제 인도자인 자매님으로부터 이 누나에 대해 상세한 가정사를 듣게 되었습니다. 미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여러 가지 사연이 있지만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야 돼서 그랬다고 합니다. 다른 사연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처음엔 그런 사연을 듣게 되니 좀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나름 부족하지만 부모님한테는 효를 다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사람이라 노모를 모셔야 되기에 자신의 청춘을 부모님 때문에 그렇게 홀로 지낸다고 하니 왠지 저도 미혼이지만 좀 쓸쓸한 마음에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그 연민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해서 그만 짝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이상하게 감정이 발전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 그만 제 인도자인 자매님께 이런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났습니다. 처음엔 상당히 놀라셨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요즘 세상에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면서 어찌 한번 잘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세를 받고 나서 처음엔 그런 마음을 밝힐 수가 없어서 그냥 영세를 받게 해 주시려고 복음화 분과장을 하시면서 애쓰신 걸 핑계로 식사 한번 대접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음만 받겠다고 해서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제가 그만 제 마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그냥 어떤 답변도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제 인도자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것 때문에 인도자 가게에 수시로 들렀습니다. 인도자와 저는 이걸 보고 서로 김칫국만 마시고 있었습니다. 누나가 너무 당황스러워 어찌 해야 될지를 모를 터라는둥 이런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만 이런 사실이 성당에 소문이 다 퍼졌습니다.

 

사실 이 일만 아니였다면 저랑 누나랑 아마 지금 서로 잘 지냈을 겁니다. 처음에 제가 성당에 왔을 때 제 인도자한테 어디서 저런 사람을 데려왔느냐고 하면서 저를 아주 좋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만 이런 일이 있고 나서는 완전히 그런 생각이 달아났던 것입니다.

 

성당에는 소문이 났고 저의 이런 걸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뭐 때문에 띠동갑이나 되는 연상을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고 저를 완전 사차원 사람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쇼킹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처음에 누나가 제가 마음을 고백했을 때 어떤 태도를 확실하게 했더라면 제가 어디 모지란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제가 딴마음을 먹지 않고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발전도 되지 않았을 텐데 어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런 제 고백에 고민을 하는 줄 알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누나에 대해 마음이 동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 당시에 이 누나가 엄청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성당에서 오랜 시간 밤늦게까지 거의 매일 기도를 하는 모습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결정적으로 그런 모습에 반했습니다. 저는 열심한 신앙인의 이런 모습에 감동이 되어 짝사랑하게 된 걸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1년을 정말 마음 고생했습니다. 1년 동안 온갖 마음을 글로 표현해 문자를 보내고 해도 누나의 마음은 꿈쩍도 안했습니다.

 

아마 누나도 사실 나이가 어린 형제가 더군다나 12살이나 어린 동생 같은 사람이 그런 고백을 하니 어쩌면 불장난 같은 것으로 생각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또 진지하게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 여자 입장에서는 온갖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을 겁니다. 그 맘 충분히 이해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누나는 성전에서 기도를 하면 감실 앞에 앉아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언제는 하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니 제가 감실 앞에 앉아 있는 누나한테 사정을 하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때마다 누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누나를 좋아한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느냐고만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누나가 내 마음을 믿지 않는 것 이해를 한다고 했습니다.

 

난 누나가 할머니가 되도 누나를 좋아하는 맘 정말 변치 않을 테니 누나 제발 좀 내 맘 받아주라고 애원도 하고 심지어는 어떤 날은 눈물로 호소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때도 누나 입장에서는 온갖 여러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만약 잘 뭔가 이루어졌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도 있었을 겁니다. 이건 그때 당시 저에게 영세를 주신 신부님과 면담을 할 때 신부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금까지도 그때 그 일로 인해 서로 마주치면 서먹서먹합니다. 사실 그때 정말 1년을 꼬빡 누나한테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영세를 받은 지 이제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젠 누나한테 지나간 일이니 이제는 잊고 그냥 누나 동생처럼 지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은 무슨 일이든지 어떤 일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미쳐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것도 지나간 가슴 아픈 짝사랑이지만 다시 되돌아보면 아직까지는 모르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면 제가 모르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정말 너무나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제 가슴이 너무 아파서 찢어질 것 같다고 하니 누나가 그러더군요. 지금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더군요.

 

그때 누나가 제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한 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이상한 소리를 듣는 건 감수할 수 있는데 저 때문에 혹시나 누나가 받을지 모르는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지 않아도 정말 가슴 아픈일인데 그런 일까지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이건 찢어지는 고통이란 표현보다 더 한 고통이었습니다.

 

지나간 일이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살면서 물론 가슴 아픈 가슴앓이였지만 그런 짝사랑은 제가 생각하기에 순수하다고 생각되어 다른 사람은 저를 어리석다고 할지 모르나 몇몇 분들은 저의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곱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지금은 서울로 이사를 가셨지만 한 자매님께서는 저의 그때 그런 모습을 보시고 제 마음이 참 이쁘다고 저를 항상 좋게 생각해주셨습니다. 그때 왜 정말 제가 그 누나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정말 하느님만 제 마음을 아실 겁니다.

 

전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누나를 좋아했던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순간은 후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나 때문에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잠시였습니다.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만약 후회를 한다면 누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바라볼 때 초라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해 만약 후회를 한다고 한다면 한때나마 순수하게 누나를 좋아한 저의 순수한 감정에 금이 가게는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그때 제가 가졌던 그 감정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도 운명이라고 하면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제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는 불편한 시선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의 순수한 마음이 하늘나라에서는 밝혀지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걸 믿기 때문에 온갖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던 무수한 억척같은 생각이 저를 힘들게 했어도 그 희망 때문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고백했던 마음을 그 당시엔 저의 마음을 믿기 힘들었겠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다른 건 몰라도 지금까지 저의 신앙생활을 지켜보고 생각을 한다면 그때 저의 마음만은 진실했을 거라고 누나가 생각하리라고 봅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문득 이런 과거가 다시 어떤 계기로 생각이 나긴 나지만 한때 누나를 향해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한 것처럼 하느님도 이렇게 정말 저의 남은 삶에서 딱 1년만이라도 미친 듯이 짝사랑해서 눈물이 날 것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나마 그렇게 하고 죽어 나중에 하느님 앞에 갔을 때 하느님을 뵐 낯짝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년만이라도 그때 그 심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먼 훗날 하느님께서 그런 마음을 헤아리신다면 너무나도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사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명 누구나가 이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된다면 정말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어떤 감미로운 목소리로 하느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밀어로 속삭인다고 하더라도 그에 비할 바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마음이 소생할 확률이 거의 제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이는 좀 됐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디에는 아주 아주 조금은 그래도 순수한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느님을 애절하게 가슴 사무치도록 한 번은 사랑하고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연후에 하늘나라에 가 하느님을 뵙는 상상을 하게 되면 가슴이 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엄청난 용기를 내어서 글을 올립니다. 사람도 이렇게 애절하게 짝사랑도 하는데 왜 하느님은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다는 게 어쩌면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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