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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5 조회수727 추천수13 반대(0) 신고

 

 

 

공현 후 월요일 -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저의 논문 지도 교수님은 성인처럼 사시기로 유명합니다. 옷도 남이 버린 것을 입고 가난한 아프리카 학생들을 위해 당신 스스로 책을 사 주십니다. 저에게도 여러 권의 책을 사 주셨습니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사비로 책을 사 주는 것은 그 분 외엔 좀체 볼 수 없는 일입니다.

한 번은 수업시간에 교수 신부님께서 주워 입고 온 바지 옆이 뜯어져서 모든 학생들이 그 분의 팬티를 다 본 적이 있습니다. 또 한 번은 앉아서 질문을 하려고 하니 제 옆에 와 눈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교수님은 우리나라 나이로 회갑을 맞으신 신부님입니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엔 직접 눈으로 그 분이 어떻게 사시는지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성탄 자정 미사를 함께 드리기 위해서 그 분의 본당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그 분 사시는 것은 가난함과 겸손함 그 자체이셨습니다. 특별히 자신의 사제관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알코올 중독자, 행려자, 노인 등 갈 곳이 없는 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신자라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자신의 사제관에 방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 사제관에서 함께 자고 싶다고 했더니 방을 다른 곳에 마련해 두었다고 그 곳에서 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난방이 되지 않아 밤엔 매우 춥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곳에 사시는 분들은 낮에도 몇 겹의 옷을 껴입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습관이 되어서 괜찮지만 갑자기 춥게 자는 것이 좋지 않으니 우리들을 위해선 호텔방을 마련해 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군대 혹한기 훈련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자도 된다고 했지만 이미 몸은 따듯하고 좋은 호텔방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가난한 사람을 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본당에서도 봉성체를 나가는 것보다는 교사들과 술자리 하는 것이 더 기다려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사목회 봉사자들과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 쓸 것 다 쓰고 남는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복음전파를 시작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지방부터 복음 전파를 시작하십니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갈릴래아는 이스라엘로 치면 최북단으로 주님의 성전이 있었던 예루살렘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이 가장 거룩한 도시이고 그것과 멀어질수록 이방인의 지역, 혹은 어둠의 지역이라 생각하여 소외시키거나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갈릴래아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의 대명사였습니다. 성경에서도 나타나엘이 필립보에게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요한 1,46)하며 갈릴래아 지방을 무시하는 전통적 생각을 표현합니다.

 

정말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우선으로 선택하고 있을까요? 교황님을 ‘Servus Servorum’, 즉 ‘종들의 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Pater Pauperum’, 즉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교황님부터 가장 낮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가장 낮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의지적으로라도 낮은 곳, 어두운 곳, 가난한 이들, 아파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마음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러 오신 예수님의 뜻을 본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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