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9 - 황야를 지나 가다 (제쁘루/인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31 조회수1,395 추천수1 반대(0) 신고

 

황야를 지나 가다 ("제쁘루"로 가는길)

 

 

 

 

 

제쁘루 이후의 여행일정은 이상 정해진 것이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제쁘루 거쳐 자이살메르 가는 거였는데 더위가 나를 붙잡았다.

 

바라나시에서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렀던 이스라엘 커플하고 얘기하는 도중

 

내가 아그라를 거쳐 자이살메르로 간다고 하니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

 

마침 인터넷으로 날씨를 검색해봤는데 자이살메르의 기온이 52도였단다.

 

자기네 나라도 사막지역이라 가끔씩 경험하게 되는데

 

오십이도는 상당히 더운 날씨라는 강조한다.

 

사실 나는 어느 정도 더위에 지쳐있었다.

 

바라나시만 해도 아침 저녁으로는 그런대로 지낼만했지만

 

한낮이 되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저절로 땀이 흘렀다

 

한번은 시원한 강바람에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가트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가 금방 일어날 밖에 없었다

 

그늘임에도 불구하고 돌계단들이 마치 온돌방 마냥 뜨끈 뜨끈했기 때문이다.

 

바라니시의 한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여 오십이도 라는 말을 듣고 진작에 자이살메를 포기 했다.

 

여행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으며

 

다행이 인도는 넓고 갈 데도 많은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라자흐스탄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더위가 덜한 제쁘르까지는 가고 이후에 일정은 차차 생각하기로 했다.

 

 

 

제뿌르는 예상보다 훨씬 더웠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지금까지 와는 다른 더운 공기가  하고 달려든다.

 

아그라에서 출발 하기 전에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숙소 중 적당한 곳을 골라

 

에어컨 없는 방으로 전화 예약을 했었는데 도착하자 마자 에어컨 있는 방으로 바꿨다.

 

 

 

제쁘르는 오래된 도시답게 몇몇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있었지만

 

그런 때문에 여기 온건 아니었다.

 

이곳에서 기대했던 건 사막의 풍경이었다,

 

이곳이 나름 도시라는걸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황량하게 펼쳐진 모래언덕 같은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본적도 없다

 

가이드 북에도 그런 건 나와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사막에 있는 도시는 뭔가 다르리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사막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른 곳 보다 덥고 건조한 날씨와

 

대신 낙타가 끄는 수레뿐 다른 오래된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라리 아그라에서 이곳으로 올 때

 

버스의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서 더 사막을 느낄 수 있었다.

 

 

 

 

 

 

 

아그라를 벗어나 도시와 차츰 멀어지니 풍경들이 달라진다,

한참 건기라서 그런지 풀 한 포기 없는 회갈색 빛 벌판에 

 바위투성이의 언덕과 작은 산들이 드믄 드믄 서있고  

그것을 배경으로 낮은 나무들과 집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집 근처에는 양인지 염소인지 구분이 안가는 짐승들이  

내가 보기엔 흙 밖에 보이지 않는 땅바닥을 열심히 헤집고 다니다,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인데도 황량함과 쓸쓸함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사진이나 영화에서 본 온통 모래뿐인 사막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없어서 인지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래의 황금빛 때문일까?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르다,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 뭔가 있는 것이  

오히려 황량함과 쓸쓸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살면서도 그렇다,

곁에 아무도 없을 때보다 누군가 있을 때가 더 외로운 적이 많지 않던가,

그리고 그 외로움은 아무도 없었을 때 느끼는 외로움 보다 더 진하고 더 서럽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끝없이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외로움의 시작인 것이다.

허나 너무 식상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누군가 항상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과연 얼마나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기를 자청했었는지?

우리 외로움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일지도 모르겠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