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10 - 앓고 난 후에 (제쁘루/인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10 조회수1,389 추천수1 반대(0) 신고

 

앓고 난 후에

 

 

 

내가 가지고 간 가이드북에

"제쁘르"는 쓰러질 때 까지 쇼핑을 해도 한다고 나와 있다.

마침 나도 필요한 것이 있어서 구경도 할겸 오후에는 시장으로 가보니

가이드북에 써 있는 데로 시장 규모가 꽤 크다.

물건을 살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형편에 맞추면 물건의 질이 따라주지 않고

물건의 질에 맞추면 형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그렇듯 마음을 비워야지 하면서도 그게 안돼

결국 넓은 시장을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물건을 골랐다..

                 

밤이다,

몸에서 열이 나고 머리도 아프고 속도 미식 거린다.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잠은 안 오고 몸이 뜨거워지는것 같아

열을 식힐 요량으로 찬물로 번씩 샤워를 해봤는데도 소용이 없다.

걱정스런 마음에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인도에서 걸릴 수 있는 질병편을 자세히 읽어 보니

말라리아 같기도 하고 뎅기열 같기도 한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이 가는 것이 

둘다 초기 증세는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한 병이다.

인도에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도움을 청할 곳이라곤 대사관뿐이니 어떻게든 델리까지는 가야 하는데

그나마 델리 가까운 곳에서 아픈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상태가 악화되어 델리로 가기도 전에

당장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것인가?

병원을 이용하는 절차도 모르고 혹시 숙소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알고 있는 영어 의학용어라고는 간단한 병명이나 증상 몇 개 뿐인데

어떻게 상태를 설명하고 의사의 설명은 어떻게 알아들을 것인가?

이런 저런 걱정으로 밤새 잠을 이루다 새벽녁에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열도 내린 같고 미식거리던 속도 많이 가라 앉은듯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염려했던 증세는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건데 다행히 그게 생기지 않았고

이렇게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나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밤새 못 잤던 잠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얼마나 잤을까? 자고 났더니 몸이 한결 개운하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밤새껏 아팠던 이유는 말라리아도 댕기열도 아닌

단순히 "더위 먹은 것"이었다는것을

  

나는 이번 인도 여행을 준비 하면서 더위에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인도의 가장 더운 시기라고는 하지만 나도 열대의 나라 필리핀에서 년을 지낸터였다,

한국에서 열대야라고 부르는 특별한 밤이 필리핀의 여름철에는 그저 일상인 것이다.

하지만 인도가 덥기도 했지만

그게 내가 더위 먹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여행이라는게 아무리 여유 있게 시간을 조절한다 해도 계속 장소를 이동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늘 새로운 잠자리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베게가 내가 쓰던 것에 비해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며

침대가 너무 푹신하기도 하고 딱딱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적응될 만 하면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가이드북의 지도가 필요 없게 되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길을 찾을 정도로 익숙해 질만하면

그곳을 떠나야 하고 다른 곳에서 다시 길을 묻기 시작 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더위와 함께

알게 모르게 몸에 무리를 준것 같고

그러던 때에 마침 오후 내내 땡볕 아래서 시장을 헤메고 다닌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 같다.

 

 

델리에 있는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지"

 

   

힌두교의 나라답게 기차역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소



인도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 해본다는 "헤나" (저도 해보았습니다^^)


  

누구나 아파본적이 있을 것이다,

때는 몸이 생각데로 움직여 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 한지 모른다.

마치 내몸 한 부분 한 부분이 각각 독립된 것이여서 평소에 달래고 돌봐야지

만약 그렇지 않고 내 마음 데로 혹사 시키면

마치 파업이라도 일으켜 일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내몸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굉장히 오만한 발상이라는 것을 절절히 깨닫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내 것 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많이 있다

당장 내가 입고 있는 옷과 신발 핸드폰이나 노트북, 자동차 처럼 값나가는 것도 있고

자기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은 결코 내가 소유할 없음을 알게 된다

 “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내 것이 아니다.

부부 사이도 서로 내 것이라고 할수 없고 자식도 내가 소유 할수 있는 것이 아니며

친구라고 말하지만 이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이 내것이라는 착각 속에 자주 빠지곤 해서

평소에 내곁에 있음에 대해 감사해 할줄 모르고

항상 생각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고, 하여 중심에서 다른 이들을 혹사 시킨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부덕함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몸이 아플 때면 아픈 몸에 대한 원망보다는

몸을 혹사 시킨 자신에 대해 반성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아플때는

내 자신에 대한 반성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앞선다.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고 행동인지!

오랜 세월이 흐른후에서야, 한참이나 늦은 후에야 그런 나의 모습을 깨닫게 되고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떠나간 사람보다 떠나온 사람에 대한 연민이 더 커지나 보다,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미안함 때문에.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